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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효지

여전히 시를 쓰고 있는 내게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니는 아직도 그 짓 하고 있나?
참고로 그 짓이란 시 쓰기다

전라도 고향인 또 다른 친구는 
너는 거시기 그게 그렇게 재밌냐? 했다

그렇게 나의 그 짓과
거시기한 시 쓰기는
참 오래 되었고 
오래전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 끄적이고 있다
아무튼

나는 시가 좋다
시를 쓸 때면 
나는 내가 된다

△노효지: 울산 출생. 2003년 '시와 반시'로 등단. 울산작가회의 회원. 시집 '구름에게 전화를 했다.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시인의 자서에서 '꽃향기보다 책 냄새가 더 좋았던/경아에게 효지가'를 읽고 시인의 작은 물무늬가 일렁이는 그 안으로 손을 넣어보고 싶어졌다. 시인이 책속에서 노닐었을 생각들이 궁금하고 부드러운 바람 같은 언어들을 안에서 키우고 있었을 그 꿈을 엿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시인이 되기 전 경아는 쓰기보다 사유의 호수에서 무수한 언어들이 자맥질하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이나 그 언어들을 어린 날 놀이했던 공기돌 놀이처럼 시 쓰기를 했으리라. 효지가 되고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효지의 시 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니는 아직도 그 짓 하고 있나?' 너무나 당돌한 물음에 그동안 시인의 확고한 의지를 짐작게 한다. 무엇을 끈기 있게 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은 소질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노력의 결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아 실망하고 자주 포기하게 된다. 시인의 첫 시집을 받고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힘든 시간들이었을지 짐작에 가슴 한 쪽이 서늘했다. 첫 시집에는 많은 시들이 나직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시나브로 오는 비가 호수에 물방울을 하나 둘 만들 듯 자기 성찰로 연결하고 있었다. 하여 시들이 긍정적 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보았다.


 시인이어서 행복한 사람, '시를 쓸 때면/ 나는 내가 된다' 이 당당한 고백이 백미다. 간절함이 온 전신을 전율케 한다. 아마도 시인의 고백은 시를 쓰는데 언제나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시어를 만날 것이다. '나는 시가 좋다'가 더욱 시인의 진심이 보이는 것 같아 신록이 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튼' 시가 좋다.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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