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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따른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전례 없는 경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하소연이다. 물가변동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는 민간현장에서는 물가 급등에 따른 피해를 건설업계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최근 유류비와 요소수 가격 인상으로 타워크레인의 경우 최대 30% 넘게 인상돼 시공 원가 급등을 부추기고 있는 등 대다수 건설장비의 임대료가 물가상승률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평균 톤당 6만 2,000원에서 지난 4월 9만 800원으로 46.5% 올랐다. 철근 가격도 지난해 초 톤(t)당 69만원에서 지난 5월 톤당 119만원으로 72.5% 급등했다. 

민간 주도 주택 공급 기반 부동산시장 안정화 구상 내건 현 정부
게다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노임 상승도 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어 기존 자재 단가로는 더이상 시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간투자사업과 지방공기업이 시행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들도 재정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사금액의 조정을 배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건설업계의 심각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추가 인상 가능성도 비쳐지는 데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건설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자재비가 오르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 폭등이 분양 일정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국의 주요 건설 현장에서는 이미 '공사중단(셧다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대형 건설사는 보통 1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해 당장 공사가 중단될 위험이 덜 하지만 중소 건설사는 그때그때 자재를 납품받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가 최근 건설현장 자재비 폭등에 따른 정부 차원의 비상종합대책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와 국회에 제출한 것은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고 본다.

탄원서의 내용을 보면 이들의 주장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건단련은 민간공사와 민자사업, 민간참여 공공사업에 대해서는 의무적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물가변동 제도가 있는 공공공사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라도 현실적인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을 마련할 것과 총사업비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 달라는 것이다. 업계의 경영애로 완화를 위해 공기 연장 시 발주기관의 간접비 적정 지급, 각종 건설 관련 부담금 등의 한시적 감면 필요성도 함께 주장했다.

현재 건설업계 전대미문 공급 위기 잠재울 현실적 대책부터 찾아야
정부도 지난 4월 공기 연장에 대한 지체상금 부과를 제외하고 계약금액과 물가조정 제도에 따라 원활하게 운영할 것을 발주기관에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물가 폭등의 비상 상황에서는 현행법과 제도로 적극 행정과 유연한 대응을 독려하는 수준의 지침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현재 상황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식으로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천재지변 수준의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비상조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가운데 중요한 사안이 공급 측면이라면 더 그렇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기본은 주택 250만호 공급이다. 이를 통해 전 정부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이 주택 건설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게 먼저다. 택지 공급이나 규제 완화가 중요한 과제이지만 지금으로선 건설 현장 원자잿값 폭등을 잠재우는 게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경영 한계상황이 조금 더 이어진다면 공사 현장의 중단과 지역 중소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건설업계가 이 위기상황을 버틸 수 있도록 공사비 적기 반영, 관급자재의 원활한 공급, 건설자재 생산·유통정보망 구축 등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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