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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혁신도시 석유공사 전경.
울산혁신도시 석유공사 전경.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기관 혁신 방침으로 내세운 호화 청사 매각 추진과 관련, 혹시라도 한국석유공사 울산본사의 전철을 밟게 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유가로 경영난에 처한 석유공사가 부채를 줄이겠다며 2017년 울산 신사옥 매각을 강행했다가 오히려 600억여원의 손액을 본 전례가 있기 때문. 이에 석공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일률적인 공공기관 청사 매각에 나설 게 아니라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울산우정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공공기관 호화 청사'와 관련해 350개 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과 인력 조정 등을 담은 혁신안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조사 항목으로는 공공기관별 청사 부지 면적과 연면적, 기관장 집무실과 사무실 면적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1인당 평균 면적 등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청사관리규정은 복도 등 공용면적을 제외한 공무원 1인당 사무실 면적을 7∼17m²로 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1인당 면적이 최대 56.3m²여서 업무·복지시설 면적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견 정부의 공공기관 청사 매각 추진이 설득력을 얻는 것 같지만, 5년 전 한국석유공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하게 추진했던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실패로 2008년부터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왔는데 결국 2017년 1월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석유공사 소유의 울산 사옥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계약내용은 석유공사가 토지 880억원, 건물 1,320억원 등 모두 2,200억원에 울산 사옥 및 토지를 코람코자산신탁에 매도하고 바로 임대차를 통해 계속 사옥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back, 소유권 이전후 임차) 방식이다.

임대차 조건은 보증금 220억원에 연간 임대료 85억 2,700만원, 임대 기간 5년(최장 15년)이다. 

석유공사는 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조건과 관련해 '5년 뒤부터 매년'을 주장했다가 '5년 단위로 행사'를 주장하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요구를 수용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석유공사는 2018년 5월 감사원으로부터 사옥 매각 관련 징계를 받았다. 매각하는 게 훨씬 손해라는 이유에서다. 사옥 매각 시 매각대금으로 공사채를 상환해 절감되는 이자비용보다 지급해야 할 임대료가 더 커 매각 이후 15년간 585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15년간 임대료가 1,446억원인 반면, 신사옥 보유세(63억원)·공사채 상환 시 이자비용 절감액(798억 원)을 더한 금액은 861억 원에 불과하다. 즉 차액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에 석유공사는 지난해 우선청구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올해 초 재임대 계약을 체결한 상황. 

지역 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을 재번복하며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정권 교체마다 평가 기준을 바꾸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 달성을 위한 도구로 공공기관을 이용하며 손쉽게 청사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실효성 있는 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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