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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김상락 박사 울산연구원 
도움말 김상락 박사 울산연구원 

민선 8기 울산시의 슬로건인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 실현을 위해서는 불굴의 의지와 도전적인 창업정신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울산의 주력산업과 스타트업이 만나 미래 산업을 주도하고, ICT창업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 등 기대효과가 높은 도시가 울산이라고 자부한다. 울산지역 제조업창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특히 집중해야 할 ICT기술창업 분야의 활성화 방안을 듣고자 울산연구원 김상락 박사(혁신성장연구실 연구위원)를 찾았다.

# 대학생 취업 줄고 '창업 기업' 증가세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4년제 대학생의 취업률은 2012년에 비해 5%p 감소했다. 중기부가 발간한 '한국 창업 생태계의 변화 분석'에서는 창업기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창업기업 수는 2016년 119만개에서 2020년 148만 5,000개로 지난 4년간 24.8% 증가했다. 

창업기업 중 기술창업은 2016년 19만 1,000개에서 2020년 22만 9,000개로 연평균 3.7% 증가했다. OECD 및 EU 기준에 따르면 기술창업 부문은 제조업 및 지식서비스업 6종(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사업지원, 교육서비스, 보건·사회·복지, 창작·예술·여가)으로 구분한다.

기술창업 이외에 국내 제조업 분야 창업기업은 2016년 5만 9,000개 2020년 5만개로 연평균 15.25% 감소했다. 지식서비스업은 2016년 13만 2,000개에서 2020년 17만 9,000개로 연평균 36% 증가했다.
 
# 기술발달로 10년이내 일자리 절반 소멸 전망
오늘날 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지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자동화할 수 있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의하면 일상적인 직업의 비율은 1975년 60%에서 2012년 40%로 감소했으며, 비일상적인 또는 창의적인 직업의 비율은 1975년 40%에서 2012년 60%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ICT 기술의 발달로 모든 일상 업무가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마틴스쿨(Oxford Martin School)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Carl Benedikt Frey)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Michael A. Osborne) 교수는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은 자동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라는 보고서에서 702개의 세부 직업에 대한 자동화 확률을 추정했다. 이들은 2010년 현재 미국 전체 일자리의 47%가 향후 10~20년 내에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동화에 민감하지 않은 노동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자동화가 쉬운 일상적인 일에 대한 노동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 기술의 발달로 운송, 물류 직종들을 사라질 직업군으로 분류했다.

김상락 박사는 "현재 자동화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독거노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인공지능 로봇, 생산현장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물류로봇 등은 흔히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 신규 일자리 창출 대안 기대
김 박사는 창업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OECD에 따르면, 업력 5년 미만의 창업기업이 전체고용의 17%, 신규고용의 42%를 차지한다. 스타트업은 고용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파괴적 혁신의 전파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울산지역 제조업 창업 현황은 어떨까.  울산 제조업의 창업기업은 2019년 1,289개에서 2021년 1,113개로 176개(13.7%)가 감소했다. 기술기반업종의 창업기업은 2019년 3,991개였으나 2021년 3,533개로 458개(11.5%)가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창업기업 생존율은 7대 특·광역시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창업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6%로 가장 높은 지역인 대구(66.3%) 보다 3.7%p 낮다.

울산에는 전문 창업 지원기관인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울산경제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울산청년창업센터가 있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아이디어부터 사업화까지 체계적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울산청년창업센터는 자체적으로 청년 창업가를 육성하거나 울산의 기초지자체의 청년 창업 사업을 추진 및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초지자체,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대학 등에서 스타트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  '디지털화·친환경화' 세계적 추세
김상락 박사는 최근 해외에서 유망한 창업 분야인 딥테크(Deep Tech)와 클린테크(Clean Tech)를 주목했다. 딥테크는 신소재, 인공지능, 바이오테크놀로지, 블록체인, 드론 및 로보틱스, 광전자, 퀀텀컴퓨팅 등이다.

딥테크는 대부분 개발 초기 단계의 기술로 시장 개념이 형성돼 있지 않으며 활용되기까지 상당한 R&D 투자가 필요하다.

클린테크는 에너지, 수처리(Water), 운송, 농업, 제조 분야의 지속가능 솔루션을 의미하는 스마트 그리드, 정수처리, 에너지 스토리지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디지털화(Digitalising)와 친환경화(Greening)와 관련된 분야가 창업의 유망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의 현황을 보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2019년 전국 제조업 생산액 중 12.4% 비중을 차지하는 전국 2위의 제조업 중심지임에도 관련 분야의 새로운 미래 혁신 먹거리 산업 창출에는 미진한 모습이다. 이에 지난해 9월 울산경제자유구역청은 산업부에 울산의 핵심전략산업으로 미래모빌리티, 미래화학신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를 신청한 바 있다.
 울산의 핵심전략산업에 대한 매출액은 모빌리티 약 63조 원(14.3%/전국대비 울산 매출액 비중), 화학신소재 약 38조 원(13.0%), 수소·저탄소 32조 원(7.9%)을 차지한다. 부가가치는 모빌리티가 약 16조 원(7.8%), 화학신소재 약 10조 원(9.5%), 수소·저탄소 약7조 원(5.7%)을 차지한다.
 김 박사는 울산지역에서 창업유망분야는 울산의 핵심전략산업으로 미래모빌리티, 미래화학신소재, 수소·저탄소 관련 기술 및 제품개발에 창업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 美 '유니콘 기업' 사례 주목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을 통칭하는 '유니콘 기업'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김 박사는 조언했다. 그는 울산에서 유니콘 기업이 생겨나기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인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의 역할에 초점을 뒀다. 플러그앤플레이는 작년에 서울시가 지사를 유치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1970년대 이란계 미국인인 사이드 아미디(Saeed Amidi)가 스탠포드대학교 근처에 설립했으며, 첫 투자기업인 로지텍을 지원해 IPO(기업공개)를 시작한 후 구글, 드롭박스, 페이팔 등에 투자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입주기업 성장을 위해 공간 제공뿐만 아니라 투자도 한다. 플러그앤플레이는 애플 신사옥 근처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기술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기업들과 네트워킹 장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과 장비 제공 외에도 다양한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으며, 창업기업의 기술이 필요한 기업과의 중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플러그앤플레이가 투자한 인터넷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PayPal)을 창업한 동업자들은 회사를 이베이에 매각해 큰돈을 벌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페이팔 동업자 중 한명이었는데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테슬라를 설립했다.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천(Steve Chen)도 페이팔 출신이다. 초창기 페이팔 임원을 지낸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소셜 네트워크 회사인 링크드인을 공동 설립했고, 지역 기반 리뷰 서비스 옐프를 창업한 제러미 스토플먼(Jeremy Stoppelman)도 페이팔 출신이다. 페이팔의 성공이 수많은 또 다른 창업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 건강한 창업 문화 도시로
김 박사는 주요 외신에서 스타트업 관련 칼럼을 쓰는 애덤 피셔의 말을 인용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담대한 창업가와 혁신문화, 투자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실리콘밸리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을 반도체가 아니라 '창업모델, 즉 창업문화'라는 게 그의 말이다.

울산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이므로 이와 관련된 '제조업 B2B(Business-to-Business·기업 대 기업)' 창업을 하기에 유리하다. 제조업 B2B 창업의 경우 제조업이 있는 지역과 밀접한 곳에서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3대 제조사의 우수한 인력, 산업 이해도, 인적 네트워크,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차 관련 연구개발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울산도 지역핵심전략산업인 미래모빌리티, 미래화학신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분야에 다양한 창업기업이 생겨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상락 박사는 울산을 다시 만든다는 각오로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주력산업 고도화, 원전·수소·이차전지 등 에너지 산업 육성 등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창업문화가 도시 곳곳에 스며들어야 한다며 건강한 창업문화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경민기자 usk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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