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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에 발맞춰 원자력을 통한 해오름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인철 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동균기자 justgo999@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에 발맞춰 원자력을 통한 해오름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인철 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동균기자 justgo999@

우리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산업 등은 에너지 기반의 제조업이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의 장점을 다시 돌아보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찾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울산의 새로운 미래는 우리가 가진 것을 잘 알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온고지신의 정신에서 창조될 것이다. 원전 최강국의 전진기지인 울산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전망과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해 UNIST 원자력공학과 방인철 교수와 지상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K-원전의 수출 전진기지로 불리는 새울원자력본부가 위치한 울산은 여느 때 보다 많은 손님들을 해외로부터 맞이하고 있다. K-원전에 대한 해외 원전시장의 이같은 관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SK㈜와 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뛰어든다는 보도가 있었다. SMR 설계기업인 미국의 테라파워와 손잡고 테라파워의 기술,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역량과 SK의 사업 영역을 연계해 다양한 협력 기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테라파워는'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의 저자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수백억을 투자해 2008년 설립했다. 최근 차세대 소형 원전의 혁신 주자인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 그리고 가압경수로 원전의 대표 주자인 웨스팅하우스의 경영진,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 동안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의 에너지 위기의 중심에 선 체코와 폴란드의 언론인들이 잇따라 울산을 방문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형 신형 원전이자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3세대 원전인 APR1400 2기가 운전 중이고, 2기가 건설 중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이다. 전 세계 3세대 원전 중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되고, 적기에 계획된 예산으로 건설을 할 수 있는 한국의 원전 설계부터 공급망, 건설까지 대규모 프로젝트 이행 능력이 지금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는 이유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원자력을 활용한 세계에서 유일한 랩(Lab)이 있는 UNIST 공학관에 신고리에 사용한 기술을 구현한 원자력발전소 모형 '우리로(URI-LO)'의 모습. 김동균기자 justgo999@
원자력을 활용한 세계에서 유일한 랩(Lab)이 있는 UNIST 공학관에 신고리에 사용한 기술을 구현한 원자력발전소 모형 '우리로(URI-LO)'의 모습. 김동균기자 justgo999@

△얼마 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동맹의 새로운 미래가 원자력을 포함하는 공급망의 회복과 공유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는 건가?

-그렇다.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은 얼마 전 3호기가 상업운전을 위한 핵연료 장전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우리도 모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 가동 중인 지구상의 어떤 원전보다 경제적이면서 안전한 신형 원전 도시의 롤 모델이 된 것이다. 새울원자력의 지리적 접근성도 있겠지만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과 그로 인한 울산시의 해상풍력 발전과 원전해체 중심으로 기울어진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핵심 역량을 우리도 모르게 도외시해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년 전 3세대 경쟁 노형인 프랑스의 EPR을 수입하여 운영을 시작한 중국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 누출로 한때 국제적 이슈의 중심이 된 반면, 비슷한 시기에 우리 기술로 건설한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은 아무런 문제없이 안전하게 1억 시간 무사고 대기록을 달성해 현란한 초록의 레이저 빔이 APR1400의 원전 돔을 밝게 비추는 화려한 조명 쇼가 펼쳐지는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진 것도 대한민국, 그리고 울산으로서는 큰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에 있지만 산업화, 기술도시 울산의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울산은 원래 산업수도로 알려져 있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조선소, 석유화학단지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전통적 K-Engineering의 보고이다. 이러한 중공업, 화학 산업은 그 무엇보다 에너지와 연결된 산업이며 우리는 IMF를 거치면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 산업과 금융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중국, 러시아의 패권 다툼에서 결국 제조업 중심의 국가가 지식재산권이 기반이 된 설계 능력을 함께 갖출 때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공급망을 가진 국가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지(반면에 설계 능력만 있고 제조, 건설, 공급망이 무너진 나라가 어떤 걱정을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로(URI-LO)'의 원자로(Nuclear Reactor) 모습.
'우리로(URI-LO)'의 원자로(Nuclear Reactor) 모습. 김동균기자 justgo999@

△그럼 울산의 미래를 위한 원전,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태평양을 건너 울산과 마주 보고 있는 지역인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하는 도시인 샌디에이고는 아름다운 날씨와 항구로 유명하다. 해류가 만나는 지리적 이점으로 1000당에서 1당이 모자라는 999당이라고 할 정도로 연중 내내 아름다운 날씨와 좋은 기후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도시이다. 이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샌오노프리(San Onofre) 원자력발전소였다. 샌오노프리 원전 2기의 원자로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남부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 지역 150만 가구에 약 30년 동안 전력을 공급하며 샌디에이고의 25%의 전력을 담당했다. 이 발전소는 교체된 증기발생기의 설계 결함을 해결하지 못해 사업자가 설비보수와 재가동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영구 폐쇄됐다고 알려져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발전소에 대한 이러한 폐쇄 결정은 규제기관이 나서서 재가동 승인 신청을 거부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정한 규제도 한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체 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할 충분한 시간 없이 추진한 원전 폐쇄로 인해 남부 캘리포니아는 전력부족 사태를 겪었다. 또한 잦은 정전과 물 부족은 대규모 산불 피해로 이어져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논쟁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고리 3.4.5.6호기의 모습. 새울산원자력본부 제공
신고리 3.4.5.6호기의 모습. 새울산원자력본부 제공

△원전의 안전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맞다. 원전은 항상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사업자나 주민들의 공동의 편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며 새울원자력본부와 울산이 늘 추구하고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이다. 지난 시간 조용히 원전 최강국의 전진기지로 글로벌 롤 모델이 되어가고 있는 도시인 울산이 샌오노프리 원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안전한 원전 운영의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수출형 원전의 도시이자 가장 안전한 원전 도시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신뢰를 향상시켜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탄소중립의 선봉에 서서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 확보에 틀림없이 원전이 크게 기여할 것이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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