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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역대급 이익을 낸 은행들이 같은 시기 피해를 본 자영업자 계층의 채무조정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정부 차원의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9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에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새출발기금을 설립해 오는 10월부터 소상공인 등의 부실채권(최대 30조원)을 3년간 매입하는 방안이다. 90일 이상 장기연체하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차주가 대상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달 14일 새출발기금을 포함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를 발표하자 은행권의부정적 여론이 커졌다. 금융위가 가상통화·주식투자를 한 청년에 대해서도 특례로 채무조정을 해주겠다는 것이 새출발기금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새출발기금은 민간금융사가 부실 차주에게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채권(돈)을 정부가 직접 매입해 채무를 조정하는 만큼 원금 감면율이 높아도 은행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반발하는 것은 새출발기금 감면율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 채무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60~80% 수준의 원금감면율은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원금을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는 차주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고령자 등으로서 경제 능력이 부족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따라서 은행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은행권이 사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채무조정제도가 빚을 갚지 못한 개인을 도와주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들의 재기를 지원해 정상적으로 노동시장에서 활동하게 하는 국가·사회적 목적도 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안전운전에 소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보험 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은행권이 깊이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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