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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는 시력에 아주 중요한 신경세포 축삭이 모이는 시신경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이 시신경이 여러 가지 원인, 특히 높은 안압이 주원인이 돼 손상을 받음으로써 회복되지 않는 시야 손상이 일어나는데 이것을 녹내장이라고 한다. 녹내장은 흔히 '소리 없는 암살자'로 불리는데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이창규 교수와 녹내장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본다.

 

울산대학교병원 이창규 안과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 울산대병원 제공
울산대학교병원 이창규 안과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 울산대병원 제공

- 우선 녹내장하면 '백내장'도 자동으로 떠오른다. 이름도 비슷해서 많은 사람이 헷갈릴 것 같은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실제 외래에서 녹내장으로 진료받는 환자들도 많이 헷갈린다.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질환은 한자로 표기돼 있다. 백내장은 흰 백, 안 내, 막을 장으로 흰색의 무언가가 막고 있어 시력이 안 보이는 것이고, 녹내장은 초록 녹, 안 내, 막을 장으로 녹색의 뭔가가 눈을 막고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즉, 백내장의 경우 빛을 모아주는 수정체가 혼탁으로 하얗게 변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녹내장, 특히 급성 녹내장의 경우 방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안압이 높아져 이에 각막이 녹색으로 변하고 시력이 떨어진다.

- 녹내장에서는 방수 흐름, 안압이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우리 눈에는 크게 두 개의 방이 있는데 전방과 후방으로 나뉘고 전방에는 방수라는 물이 있어서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눈의 압력, 즉 안압을 형성하고 있다. 안압은 혈압과 유사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방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안압이 올라가고 높은 안압은 녹내장 발생의 중요한 위험인자가 된다.

- 그러면 녹내장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은 무엇인가?
△녹내장이 진행함으로써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시야 손상은 특징적으로 주변부터 좁아지고 최종적으로는 중앙 시야만 남거나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신경세포가 약 85% 손상을 받을 때까지는 증상을 거의 못 느낀다는 것이고 따라서 일부에서는 녹내장을 '소리 없는 암살자'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녹내장 종류의 하나인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갑자기 높은 안압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두통, 구역질, 시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보통 응급실로 내원해 신경학적 질환과 혼돈되기도 한다.

- 병의 진행이 말기에 이르러서 증상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빠른 진단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높은 안압이 가장 중요한 발생 요소이기 때문에 안압을 정확히 재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하게 모든 병의원에서 측정 가능한 공기 안압계부터, 보다 정확히 안압을 측정하는 골드만 안압계가 있다. 또한 안구 내 신경세포의 감소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내기 위해 세극등 현미경 검사와 시신경 특수 사진 촬영 그리고 보다 정확성을 높힌 빛간섭단층촬영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경세포 손상으로 인한 시야 손상을 아주 예민하게 알아낼 수 있는 시야 검사를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그러면 녹내장은 높은 안압 이외에 다른 위험인자는 없나? 
△대부분의 녹내장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데 동양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정상안압 녹내장'의 평균 연령이 60세인 것으로 보면 고연령은 위험인자로 생각할 수 있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특이하게도 안압이 낮아도 생기는 녹내장인데 심혈관계 질환이 있을 때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 부족이 위험인자로 대두되고 있다. 그 외에도 근시, 갑상선질환, 흡연 등이 위험인자로 여겨지고 있고, 폐쇄각녹내장은 여자에서 유병률이 높으며 원시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 미만 환자가 전체 환자의 약 17%를 이루고 있으며 그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성 안질환의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주된 이유는 안구 노화의 가속화다. 안구 노화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 등 영상기기의 장시간 사용 때문이다. 또 근시나 안구건조증 환자 증가도 발병 연령을 앞당기고 있고, 이미 발생한 다른 질환의 영향도 받는다. 
 

이창규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이창규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 녹내장의 치료방법은 무엇인지?
△녹내장 치료 방침은 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에도 안압을 떨어뜨리는 경우, 녹내장의 진행이 느려진다는 보고가 있다. 안압을 떨어뜨리기 위한 첫 번째 치료는 녹내장 안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치료목표치만큼 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이차적으로 레이저 섬유주성형술이나 방수의 통로를 만들어주는 여과수술 등을 시행하게 된다. 폐쇄각녹내장의 경우에는 즉시 레이저 시술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시신경에 혈류공급을 높이거나 시신경을 보호해주는 안약 및 내복약 등이 개발되고 있다.

-어떤 질환이든지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중요할 것 같은데 녹내장의 예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나?
△증상이 명확히 나타나는 폐쇄각녹내장이 아닌 이상 특히 초기에 증상이 없으므로, 4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안과를 방문해 녹내장 조기 검진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요즘은 건강검진에서 무산동안저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검사를 통해 시신경을 촬영해 녹내장성 변화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검진 사진을 가지고 안과에 방문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겠지만 녹내장, 특히 우리나라에서 빈도가 높은 정상안압녹내장은 조기에 진단해 적절히 치료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므로 안과를 방문해 검사를 통해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민기자 usk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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