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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댐. ⓒ울산신문
울주군 범서읍 사연리 사연댐. ⓒ울산신문

전세계 독보적인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맞물린 물 문제 해결이 지상과제인 울산시가 자체 식수원 부족으로 매년 낙동강 물을 끌어오면서 최근 10년간 한국수자원공사에 지급한 원수대금이 1,7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댐 한 개를 건설할 수 있는 예산을 물 값으로 날린 셈인데, 먹는 물 자립을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또 울산의 주요 식수전용 댐 중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사연댐과 대곡댐은 수원 부족으로 지난 10년간 만수위를 넘어 월류한 사례는 단 7차례에 불과해 갈수록 댐 기능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울산시가 집계한 최근 10년(2012~2021년)간 수돗물 원수사용량 등 통계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울산시민이 낙동강 물을 먹지 않은 해는 한 번도 없었다. 

매년 적게는 수백만t에서 많게는 수천만t에 달하는 원수를 낙동강 물에 의존하면서 해마다 150억 원 안팎의 원수대금을 수자원공사에 지급했다.

문제는 울산시의 낙동강 물 사용량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덩달아 원수대금 지금액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연도별 낙동강 원수 사용량을 보면, 2012년 255만t에 불과하던 것이 2013년 2,349만t으로 급증한 뒤 2014년 2,583t, 2015년 1,737만t, 2016년 1,380만t, 2017년 6,517만t, 2018년 2,935만t, 2019년 2,001만t, 2020년 1,109만t, 지난해 1,568만t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는 8월 말까지 사상 최대량은 7,000만t을 넘어선 상태다.

울산시는 낙동강 물 사용료에다 사연댐과 대곡댐의 원수 사용량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수돗물 수요 증가에 비례해 원수대금도 늘어나는 구조를 안고 있다. 원수사용료는 취수원 소재지에 관계없이 t당 233.7원이다. 

이번 태풍 '힌남노'가 동반한 집중호우로 주요 댐이 만수위를 기록하면서 낙동강 물을 끌어오지 않아도 되지만, 사연, 대곡 2개 댐의 원수사용료는 꼬박꼬박 수자원공사에 지급해야 하는 처지다.

때문에 울산시가 부담하는 원수대금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시가 수자원공사에 지급한 연도별 원수대금은 2012년 138억원, 2013년 170억원, 2014년 147억원, 2015년 154억원, 2016년 148억원, 2017년 231억원, 2018년 180억원, 2019년 202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176억 원이다. 

올해는 유례없는 봄 가뭄에 여름철 마른장마까지 겹치면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낙동강 물에 의존하면서 사용량이 7,000만t을 넘었고, 매년 7월과 12월 사후 정산하는 구조인데, 지난 7월에 140억원을 지급한 상태다. 최근 10년간과 올해까지 합하면 원수대금만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울산시의 낙동강 물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여기에 더해 원수대금도 매년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역의 자체 수원 부족 때문이다.

무엇보다 식수전용 3개 댐 중 울산시가 관리하는 회야댐을 제외한 사연댐과 대곡댐은 수자원공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공기업의 '독점적 물 공급' 사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울산시는 수자원공사의 영원한 '물 식민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사연댐과 대곡댐의 수원 부족으로 인한 식수전용댐 기능의 약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곡댐. ⓒ울산신문
을주군 두동면 천전리 대곡댐. ⓒ울산신문

울산 주요 댐의 원수 확보 기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인 지난 10년간의 댐 월류 현황을 보면, 총 46회에 달한다. 하지만 월류는 울산시가 보유한 회야댐이 39회로 집중돼 있고, 사연댐과 대곡댐은 모두 7차례에 불과하다. 사연댐의 경우 2012년 과 2019년 각 1회와 2020년 2회 월류가 있었고, 대곡댐은 2012년과 2018년, 2019년 각 1회씩 모두 3차례뿐이다.

결국 식수전용댐이 3개나 있지만,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매년 낙동강 물을 끌어다 먹어야 하는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고, 이에 따른 원수대금 지급액도 연간 200~3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인 만큼,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과 제언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역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연계한 기존의 물 공급 방안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지난 20년간 확인했다"며 "울산시의 물 자립과 암각화 보존을 동시에 해결할 방안은 '권역별 소규모 댐' 개발이 최선이다"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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