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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온산국가산단 비철금속업체 중 하나로 전기동을 원료로 한 금속판 생산기업 ㈜풍산이 물적분할에 나서면서 기업 및 주주의 가치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물적분할을 제어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규제 발표에 아랑곳없이 기업이 물적분할 단행 결정을 공개한 것으로 주주와 노조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방산 부문 물적분할을 결의했다. 다음 달 31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분할안이 통과되면 오는 12월 1일 방산 사업을 전담하는 '풍산디펜스'(가칭)가 출범한다.

 풍산은 분할 목적을 놓고 "분할 존속회사(풍산)와 분할 신설회사(풍산디펜스)가 각 사업에 집중해 전문성과 사업역량을 강화하도록 만들기 위해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물적분할의 경우 분할회사(기존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 주식을 소유하게 돼 신설법인의 주식 소유권이 기존회사의 주주에게 주어지는 인적분할과 차이가 있다.

 인적 분할을 하게 되면 주주 구성은 변하지 않고 회사만 2개로 나눠지기 때문에 기존회사 주주들이 선호한다.

 반면, 물적분할은 분할 전 회사 모기업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상장 시 모기업 기존 주주들은 단 한주의 주식도 배정받지 못한다. 핵심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물적분할 뒤 한순간에 투자 목적을 잃게 되며 주가 하락도 겪을 수 있다.

 실제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풍산은 전 거래일 대비 6.40%(1,950원) 하락한 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 5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이 기간 주가는 3만1,600원에서 2만8,500원으로 9.81%(3,100원) 수직 하락했다.

 이에 풍산 주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알짜배기 사업인 방산 부문을 떼어 내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우려에서다. 더구나 풍산의 방산 사업은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반발은 예고된 상황.

 업계는 "풍산의 구리사업은 국제 구리가격 변동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해외법인도 영업이익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방산부문은 미국과 그밖의 지역 모두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풍산의 물적분할 결정 공개가 지난 5일 금융위가 무분별한 물적분할을 제어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기업 윤리'를 등한시 한 행보라는 비판이다.

 금융위 규제의 주요 내용은 소액주주의 손해를 막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물적분할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물적분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풍산은 이에 아랑곳 않고 제도 도입 전 물적분할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풍산 측은 물적분할 후 신설 자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풍산의 소액주주들은 상장에 나서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편, 풍산의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동부문은 전체 매출의 77% 가량, 방산부문은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조2,117억 원, 영업이익 1,588억 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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