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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울산지역 산업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원자잿값 인상으로 가뜩이나 원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환율로 비용이 더욱 늘어나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난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9.0원에 거래되는 등 전일 종가 대비(1393.7원) 5.3원 오르면서 최고치를 지속 갱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찍게 되면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사상 세 번째에 해당한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킹달러'(달러 초강세) 등 영향 아래 환율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산업계는 비상 상황에 놓였다. 기업 입장에선 환율 상승은 위험(리스크) 관리비를 높일 뿐 아니라, 수입 원부자재의 가격 인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는 환율 상승은 가격 경쟁력을 높여서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은 원재료·물류·해외 투자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위험 요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업계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한다. SK이노베이션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환율 5% 상승 시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이 303억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고환율은 석유화학업계의 비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기초 원료로 쓰이는 납사(나프타)의 수입 가격이 오르는 탓에 원·달러 환율 상승 악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자동차는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미국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앞두고 있어 비용 부담이 커졌다.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 매출이 1,000억원 증가하고 기아는 800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 투자하는 비용 상승으로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는 환율 변동에 대응해 환헷지(Hedge) 등 위험회피 장치를 두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워낙 가파른 탓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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