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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길 시인·평론가
안성길 시인·평론가

울산 문단에서 시와 문학평론에 매진했던 안성길 시인·평론가가 세상을 등졌다. 지난 15일 오전 2시 55분 작고했다. 향년 64세. 


 본보와는 울산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을 기리는 문학상 출범 당시 산파 역할을 하며 인연을 맺었으며, 최근까지 필진으로도 활동하며 긴밀하게 소통해 온 지역 문인의 '뒤늦은 부고'를 전한다. 


 문학평론을 시작한 이래 지역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고인은 울산지역의 가장 지역적인 대표작가 서덕출을 비롯해 도순태, 류윤모, 손인식, 신필주, 오창헌, 이숙희, 이제향, 정일근 등 지역의 중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순도 깊게 집필하며 지역 문인들이 얼마든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렸다.
 말하자면 지역 문인들의 창작활동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폭을 넓혔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문학에서 '중앙'의 수직·종속 개념인 '지방'을 폐기되고 수평·동등 개념인 '지역'만이 존재하도록 고민하게 하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문학판 지방균형발전을 선구적으로 모색해 온 것이다.  


 고인은 평론집 '지역문학, 그 날것의 미학'의 머리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중앙과 지방'이란 대립과 종속구조이다. 정치와 행정 측면에서의 이 같은 '대립과 종속' 행태는 그 모양 그대로 문화와 교육 등에도 연장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폐해의 해결책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민주주의의 온전한 구현과 지방자치제를 통한 지방분권의 실현이다. 도대체 무소불위, 정체불명, 안하무인의 저 '중앙'은 어디이고 누가 만든 것일까? 모든 지역에서 제각각의 삶과 그것을 평생 붙들고 씨름하고 고뇌하는 지역 작가들이 그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은 무엇일까?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결국 개별적이든 집단적이든 작가의 참으로 치열한 작품 창작을 통해 해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의 모든 작가는 그의 몸과 정신이 놓인 곳의 지역적 특색인 향토성과 작가의 개성이 대립이 아닌 상호 침투와 융합을 통한 작가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작품의 완성도를 이끌어낼 때 비로소 심미적 보편성과 감동이 획득 가능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항시 블라인드 뒤에 있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대 힘의 '중앙'도 끊어낼 수 있다"고 일갈했다.


 올해에도 평론집을 준비하며 지역문학에 대한 열정의 붓을 놓지 않으면서, 차기 저서에 대한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비통한 부고가 전해졌다.


 고인의 부고를 접한 문청 시절부터 오랜 친구인 정일근 시인, 심수향 시인과 봄시동인, 김옥곤 소설가, 문영 시인, 김종원 시인, 김동영 울산시민학교장, 이연옥 오영수문학관장, 구정회 화가 등 울산지역 예술인과 부산의 남송우 평론가, 경남의 우무석·조경석 시인, 설진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 한국해양문학가협회 문인들, 이윤길 시인과 바다동인 등 경부울 문화예술계의 예술인들은 큰 충격을 달래며 고인의 문학에 대한 큰 뜻이 널리 펼쳐지지 못하고 타계했음을 안타까워했다.


 고인은 1959년 울산 강정 출생으로, 울산초교, 학성 중·고등학교, 디지털서울문예대학교 평생교육청소년학과, 경남대학교 사대 국어교육과, 창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재삼 시 연구'와 '이상국 시 연구'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무크지 '지평'과 1988년 '민족과 지역'으로 등단했고, 2008년 계간 '海洋과 文學'으로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선명여실·울산시민자유학교 국어교사, 경남대학교·창원대학교 시간강사를 거쳐, 경남대학교 사범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시집에 '빛나는 고난' '아직도 나는 직선이 아름답다''민달팽이의 노래' 등 다섯 권, 평론집 '고래詩, 생명의 은유''지역문학, 그 날것의 미학', 공저에 '취업성공을 위한 가이드북' '한국의 지역문화' 등 다수, 논문에는 '서덕출 동요 연구', '이상국시에의 전기사적 접근' 등, 평론은 '울산의 해양문학',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고래시의 양상' 등 다수를 발표했다. 
 한국작가회의·한국펜문학·한국해양문학가협회·사림어문학회 회원, 경부울 문화연대 자문위원, 봄시동인, 바다동인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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