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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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훈
  • 2022.09.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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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훈의 돌아보며 사랑하며] 오병훈 수필가

옛 선비들은 자연을 즐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들은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찾아 며칠씩 때로는 몇 달에 걸쳐 여행을 하기도 했다. 조선 선비들이 즐겨 찾았던 명소가 어디 한두 곳이었던가. 지리산은 삼남의 으뜸이요 태백산은 천제를 지내는 명산이다. 그리고 산수가 금강산 못지않다는 설악산이 있지 않은가. 


 금강산이야말로 자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고 싶은 곳이다. 그래서 봄에는 금강이요 여름에는 신선들이 사는 봉래, 가을에는 단풍든 풍악이고 겨울에는 바위경이 으뜸이라 하여 개골산이라 불렀다. 말하자면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 금강산이란 뜻이리라.


 선비들이 찾은 자연이 어디 산뿐이겠는가. 관동팔경에 단양팔경이 있고, 영남팔경이 있는가 하면 화양구곡에 고산구곡도 있다. 전국의 명산대천에 선비들이 남긴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그들은 활동했던 장소마다 시흥에 겨워 즉석에서 시를 새겨 놓았다. 자연을 즐기고 자연 속에서 은거하여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기를 염원했던 그들이라 명승지가 있다면 거리가 멀어도 찾고 싶었을 게다.

 

삽화. ⓒ왕생이
삽화. ⓒ왕생이

 자신이 거처하는 향리의 명소에 벗을 불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봄에는 진달래로 화전을 부치고 가을이면 국화주를 마셨다. 마주한 벗의 인품이 가슴을 적시고 향기로운 차가 머리를 맑게 했다. 그 자리에서 명시와 유람기가 나오고 그날의 정경을 그림으로 그렸으니 바로 금강기행첩이고 동유첩이다. 


 당시에도 국내만 여행한 것이 아니었다. 통신사로 참가한 사신 일행은 가는 곳마다 왜국의 문물과 인정을 낱낱이 기록했다. 또 연경으로 가는 사신들은 중국의 자연은 물론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사상까지도 자세히 적었다. 이러한 기록을 연행록이란 부르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천여 종에 이른다.


 이처럼 방대한 기록은 우리 학계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당시의 생생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역사란 자신을 이롭게 하는 쪽으로 기술하거나 좋은 점을 자랑하는 경향이 있다. 연행록은 타인의 기록이라 현대 중국학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수많은 연행록 중에서 연암 박지원이 쓴 도강록 부분은 문학적으로 완성된 작품으로 보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자랑스러운 글이다.


 옛 선비들은 자연을 찾으면 먼저 차를 끓였다. 최소한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그랬다. 흔히 알기로는 혜원의 그림에서 보듯 선비들의 모임에서는 기생과 술이나 마시다 돌아오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자연에서 차를 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그 날의 운에 따라 시를 지었으며 그 시를 시창(詩唱)으로 읊었다. 시창이야말로 우리의 고급 음악이요 문학이 아닌가. 선비들의 시회에 문학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시를 짓고 글씨를 썼으며 그림을 그렸다. 산수를 사생하고 빈 공간에 시를 적었다. 

 

오병훈 수필가
오병훈 수필가

 다동이 따라 주는 따뜻한 차로 목을 축이고 여유를 찾으면 거문고를 켜고 대금을 연주했다. 또 생황을 연주하는 선비가 가락을 더하고 여기에 장고와 북으로 박자를 맞추면 완벽한 합주가 되었다. 얼마나 격조 높은 음악인가. 모임의 규모에 따라 악공과 기생의 춤과 노래가 흥을 돋우기도 했다. 말하자면 문학과 미술, 음악과 무용이 있는 종합 공연장이었다. 시회는 낮에 시작하여 밤이 되면 달이 떠오를 것이고 보름달을 찻잔에 띄워 마시는 운치. 얼마나 기막힌 멋이고 격조 높은 놀이문화인가.


 오늘의 우리 현실을 보자. 그저 놀이터에 자리를 잡으면 먼저 화투판을 벌인다. 술이 한 순배 돌면 목소리가 높아진다. 옆자리에 누가 있건 말건 행동을 자재할 줄 모른다. 해외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 갔다고 서비스를 하는 현지인들에게 함부로 대한다. 마치 주인이 하인을 부리듯 한다. 돈 좀 벌었다고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는지 있는 체 한다. 그것은 잘못이다. 서비스를 하는 그들이야말로 그 나라에서는 대학교육까지 마친 지성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관광 수입이 많기 때문에 그 일에 뛰어든 것뿐이다.


 내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관광의 날'이다. 외국에 나갔으면 우리와 다른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며 친선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손님으로 남의 나라를 찾았으니 최선을 다해 예의를 지켜야 한다. 해외 관광객은 나라의 국격을 세우는 민간 외교관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나라 사람들은 한국인 한 명만 보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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