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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90년대 이탈리아 트레비소(Treviso)라는 곳에 출장 갈 일이 있었다. 베니스에서 택시로 1시간 가량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내가 가 본 동네 중 가장 아름다운 동네로 기억된다. 이 도시는 인구 8만 명 정도의 소도시다. 유럽의 도시 답게 규모는 작지만, 몇 백년 된 성당도 있다. 세계적인 의류업체 베네통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시 가운데 맑고 유량이 풍부한 냇물이 흘러 그 안에 팔뚝만한 향어, 잉어 등이 헤엄치고 다니는 것이 그대로 보인다. 냇물을 따라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있고 산책 길이 있다. 산책 길에는 조깅하는 사람, 걷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조깅하는 사람은 운동하는 것이 확실하고, 산책하는 사람은 한가로이 강아지 데리고 나와 그야말로 유유자적 산책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걷는 사람은 뭘까 궁금했다, 조깅은 운동이라도 되고 산책은 그냥 쉬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걷기 운동이라는 것은 생소할 때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걷기코스인 제주 올레길은 2007년에야 부분적으로 개장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방언으로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길'은 언론인 출신 서명숙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나서 구상한 것이다. 북한산 둘레길이 포함되어 있는 서울둘레길도 2009년에야 시작되었다. 


 지금은 한반도 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 남파랑, 서파랑 길은 물론 전국 어디나 걷기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산티아고처럼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 굳이 멀리 외국까지 나갈 필요도 없다. 경치, 기후, 음식, 숙소, 접근성, 위급 상황 대처 등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둘레길이 장점이 많다.  


 걷기 운동 이전에는 걷기가 무슨 운동이나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마라톤처럼 뛰거나 그게 힘들다면 빠르지 않은 속도로 뛰는 조깅까지만 운동으로 간주했다. 등산도 정상을 찍고 와야 정상을 정복했다며 땀에 젖은 타월을 목에 두르고 내려 와서 하산의 기쁨을 막걸리로 자축하던 분위기였다.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걷기 운동이 가장 바람직한 운동이다. 하루 1만보 정도만 걸으면 건강에 크게 유익하다며 만보계가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만보계 앱이있어 따로 만보계가 필요 없게 되었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산의 정상까지 올라갔다 오는 등산은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다. 산길이 평탄하지 않고 추락 사고 등의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경사가 있어 무릎 관절에도 무리를 줄 때가 많다. 


 그렇다면 걷기운등을 시작할 판이다. 우선 걷기 운동은 생활화 해야 한다. 매일 걸으면 좋고 여의치 않더라도 일주일에 사흘은 하루 1만보 정도로 제대로 걷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집에서 나오자마자 여차하면 차를 타려고 한다. 그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전철역까지 버스로 몇 장거장이면 걸어서 가는 것을 습관화 해야 한다. 목적지에 가더라도 한 정거장 쯤 미리 내려 걸어가 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걷기도 방법이 있다.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걷는 사람도 있고, 신발을 질질 끌며 걷는 사람, 산책인지 걷기 운동인지 애매하게 걷는 사람 등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내 경험으로는 걷기 운동도 운동이다. 정자세로 앞만 보고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운동효과에도 좋은 것 같다. 신발도 제대로 잘 맞는 것으로 단단히 준비해야지 슬리퍼나 구두, 발을 제대로 잡아 주지 못하는 우븐 슈즈 등은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동네 둘레길은 자전거길도 있어 보행자에게는 상당히 위험하다. 특히 횡단해서 건널 때 충분히 앞뒤를 살펴 보고 건너야 한다. 


 나이들면 산책이 가장 좋은 걷기 운동이라고 한다. 운동이 안 될 것 같지만, 일단 햇빛을 쐬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우울증 예방에도 좋고 비타민 D 합성에도 도움을 준다. 코로나 시대에 3密(밀)을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다리 근육 강화는 당연하다. 매일 같은 곳을 가는 것보다 다른 곳도 가 보는 것이 더 뇌신경 활성화에 도움을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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