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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식 대한건설협회 울산시회장
김임식 대한건설협회 울산시회장

울산지역 건설업계는 지금 한겨울을 나고 있다. 아니 빙하기다. 한 여름을 보낸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추위 타령이냐고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나올만 하다. 하지만, 울산에 본사를 둔 지역건설업체의 수주액이 감소하고 있고, 무엇보다 울산 전체 공사의 30% 이하만 울산 건설업체가 수주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수도권 등 외지업체의 들러리로 전락하다보니 지역 건설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울산지역의 공사액과 계약액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저도 외지 건설업체가 차지한 현실을 통계청의 '2021년 건설업조사(공사실적 부문) 결과(잠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년 울산지역 공사액은 5조9,090억원으로 전년 6조6,700억원에 비해 3.4% 감소했다. 울산지역 건설공사 계약액도 전년보다 0.1% 줄었는데, 5조6,130억원에서 5조6,090억원으로 하락했다. 울산에서 이뤄진 건설공사와 건설계약 규모가 다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가 공사한 금액은 종합건설의 경우 2조500억원의 28.1%(577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71.9%는 외지업체가 수혜를 입은 셈이다. 지역 건설산업을 외지 업체가 점령한 꼴이다.

 울산 건설업체들은 지역에서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울산업체들은 본사 소재지의 국내공사 비율이 다른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때문에 갈수록 위상이 추락하는 울산 건설업으로 인해 지역의 낙후를 가속화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건설업의 파급력은 여타 업종에 비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역경기는 건설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역경기 활성화'는 '건설경기 활성화'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기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맥을 못 추고,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바람에 지역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맥락이다.

 지역업체가 제대로 힘을 못 쓰는 원인 중에는 지역 업체의 전문성과 자본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방치한다면 지역업체는 희망이 없다. 지역업체의 역량을 키우고, 지역업체를 보호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여건에 맞게 컨소시엄을 명시하거나 적정 가산점을 주는 등의 방법을 구사해볼 만하다. 지자체가 건설업계에서 흔히 남용되는 최저가낙찰제와 계약심사제의 개선도 요구된다. 특히 공공공사의 예산낭비 요인을 사전에 차단,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위해 도입된 계약심사제는 발주처의 과도한 공사비 삭감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품질 저하와 적자 시공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제도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계약심사제도는 발주처가 사업 발주 전에 사전심사하는 제도로 원가산정, 공법선정, 중복투자 등에 대한 설계의 적정성을 심사 검토해 효율적인 재정운영 및 시공품질 향상을 위한 제도이며 지난 2003년부터 도입됐다. 제도가 시행되면서 한해 수백억 원을 아꼈다는 시부터 매년 수억원씩의 혈세 낭비를 막고 있다는 구·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계약심사제가 예산절감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예산 절감이라는 성과에만 집착해 현장 특성에 맞는 기술과 공법을 제시하고 설계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본래 기능이 퇴색되는 실정이다. 공정을 삭제하거나 공법 및 재료를 변경하기에 앞서, 심사부서와 발주부서, 시공사, 감리자 등이 참여해 현장을 확인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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