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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 프로그래머
조환 프로그래머

최근 쿠팡 플레이에 '유니콘'이라는 시트콤이 절찬리 상영 중이다. 이 시트콤은 2022년 현재 대한민국 벤처기업 모습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유니콘이란 기업공개 이전에 이미 기업가치를 10억달러(한화 약 1.5조원) 정도로 인정받은 벤처기업을 말한다. 필자도 그런 기업 2곳에 재직한 경험이 있어 재미있게 보았다.


 시트콤 내에서 보여주는 가상 기업 '맥콤' 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기성 기업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기업 소개에 벤처기업 대신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 외에도 정장이 아닌 캐주얼 복장, 본명과 직급이 아닌 영미권식 별명 호칭 문화, 탕비실에서 업그레이드 된 직원 공통 휴식공간(canteen), 기업내 소식을 전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타운홀 미팅(townhall meeting) 등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바로 직급 없는 호칭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호칭문화는 겸양어법이 미덕인 한국어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적극 도입하는 문화다. 단순히 영미식 별명(nickname)이 멋져 보인다거나 하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다. 빠른 업무 추진이 중요한 정보화 사회에는 기존의 한국어 어법이 속도를 저하시킨다. 이런 호칭문화를 없앰으로써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실용적 도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수평적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른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한국, 일본 기업에 이런 문화들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기업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졌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양복을 입었다고 해서 영미권의 사고방식과 정신세계가 설치(install)되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방해하는 요소는 비단 사고 체계의 차이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정보 공개와 취득이 구성원 사이에서 서로 불평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산뜻한 사무실 건물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영미식 닉네임을 쓰는, 기성 기업에 다닌다는 느낌을 받는 구성원들이 많다. 결국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난 인재들이 기성 기업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을 운영하는 정보는 그 등급과 중요도에 따라 공개 범위가 엄격하게 나뉜다. 문제는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은 정보 공개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다. 대부분 지나치게 제한적이거나, 또는 개방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미세한 정보 취득의 불평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 의식을 발생시킨다.


 수평적 소통을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실에 근거한 평가와 보상 및 비판이다. 직장은 우리가 근로 계약을 맺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근무평정은 매우 민감한 주제기도 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정보 없이 누군가에게 보상을 하거나 비판하면 이는 즉시 구성원 전체에게 영향을 끼친다. 대다수의 경영진은 구성원의 평가 정보를 숨기고 싶어 하지만, 다들 어떤 평가와 보상을 받았는지는 모두들 이미 알고 있다. 각자 표정이나 몸짓에서 은연중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팀 내에서 제일 열심히 일한다는 착각을 한다. 이 때문에 근무평정 결과에 만족하는 직원들은 거의 없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보상과 직결되는 정보라 선뜻 공개하기도 부담스럽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대다수 스타트업들이 모티브로 삼는 영미권 회사들도 기본급을 제외한 보상 내용은 서로 엄격한 비밀유지 계약(NDA)을 요구한다. 더군다나 상벌은 구성원의 사기에 즉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보상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조직원들이 사실을 납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즉, 리더와 경영진은 성과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투명하게 전부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는 조직의 상황이 천차만별이므로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정답도 없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개선책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수평적 조직 문화는 직원들의 재직 만족도를 올린다.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숨겨진 역량을 모두 꺼낼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이를 진정으로 이루기란 쉽지 않다. 투명한 정보 공개야말로 그 목표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므로. 그 첫걸음을 뗄 기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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