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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사랑  / 글 맥 바넷·그림 카슨 엘리스
사랑 사랑 사랑 / 글 맥 바넷·그림 카슨 엘리스

"사랑이 뭐예요?" 주인공 아이가 눈을 깜빡이며 묻고 있다. 질문을 받은 할머니는 이 철학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기 어렵다. "글쎄." 하며 머뭇거린다. 할머니는 오래 살아서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던 아이는 더 난감한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그럼 누가 알아요?" "세상에 나가 보렴. 그러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림책 '사랑 사랑 사랑은' 할머니에게 던진 질문이 돌연 나에게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나 역시 우물쭈물 눈치만 살피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궁금해져 아이를 따라 길을 나서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길에서 만난 어부는 사랑은 '물고기'라고 대답한다. 물고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다. 연극배우는 '박수갈채'라고 대답하지만 역시 만족스러운 답이 아니다. 목수는 집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는 집을 짓기 위해서 망치질을 하고 톱질을 하고 널빤지를 하나하나 가지런히 맞출 거야. 흔들리거나 삐걱거리는 곳이 있으면 설계도를 바꾸겠지. 너는 결국 집을 멋지게 우뚝 세울 거야. 그리고 그 집에서 살 거야." 언젠가 망치질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던 아이는 목수의 말을 들으니 덜컥 겁부터 난다. "얘야, 나는 진짜 망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야. 엄지손가락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매번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양이에게는 밤이, 개에게는 달아나는 고양이를 쫓아가는 것이, 농부에게는 씨앗이, 마부에게는 당나귀가,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겨울의 첫눈이 또 누군가에게는 여름의 단풍나무가 사랑이었다. 심지어 시인은 사랑에 대한 아주 길고 긴 목록을 가지고 있었다. 시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 들으려면 평생 들어도 모자랄 것 같아 서둘러 빠져나오기도 했다. 주인공 아이가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한결같이 그들이 건넨 말은 '네가 사랑을 어떻게 알겠니.'였다.
 
 아이는 점점 자라 성인이 되었고 이제 할머니와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흘렀지만 집은 변함이 없다. 반갑게 맞아주는 개도 있고, 밥 짓는 냄새도 솔솔 풍긴다. 마당의 꽃들도 그때처럼 싱그럽게 피어있다. 할머니의 키보다 더 커버린 주인공에게 할머니가 묻는다. 

 

이수진 아동문학가
이수진 아동문학가

 "그래서 답을 찾았니?"
 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사랑'. 이 질문에 절대적인 답이 존재할 리 없다. 사랑하는 대상도 다르고 사랑하는 감정의 형체도, 깊이도 폭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사랑은 너무 흔하고 흔해 쉽게 소비되는 말이 되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단어의 소중함조차 잃어버려서 도무지 찾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랑에 대한 답을 찾아 길 위에서 서성이고 있을 누군가는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사랑을 믿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경험으로 이야기하자면 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하지만 자꾸 고개를 멀리 내밀곤 했다.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다른 회사를 기웃거렸고 현재보다는 미래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 그러니 처음의 답을 해야 한다면 멀리 바라보기 전에, 멀리 떠나기 전에 가장 가까운 곳에 시선을 두기를….


 어쩌면 당신이 찾는 사랑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일 수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일 수도, 그리하여 매일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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