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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가보면 동창생들을 잘 몰라보고 잘못 온 것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모인 사람들이 너무 늙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볼 때 나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유난히 늙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 지병으로 얼굴 색이 안 좋은 사람, 유전적으로 빨리 늙는 사람들, 이유가 다 있을 것이다. 

 은퇴 전에 알던 사람들이 은퇴후에 보면 얼굴 색이 더 좋아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얼굴색이 어둡고, 무기력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 후 어떻게 습관을 붙였는가에 따라 노화의 정도가 차이난다고 한다.

 은퇴 직후에 만난 지인이 있다. 사회 활동을 꽤 활발히 해서 자주 봤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다. 전화 해보니 별 일은 없는데 새로 분양 받아 살고 있는 아파트가 좀 멀어 나가기 싫어졌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단지 앞까지 20분, 버스 기다리는데 30분, 버스 타고 30분 가야 전철역이 나오고 전철 타고 한 시간은 가야 약속장소인 서울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 나갔다 오면 몸이 힘들어 되도록 안 나가게 되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형광등 고치다가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성당 갔다 오다가 걸려 넘어져 발목 골절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외출 자체가 귀찮아지더라고 했다. 

 문제는 우울증이 생기고 세상만사가 귀찮아지더라는 것이다. 만나보니 부쩍 늙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나보다 세 살 아래인 동생이 있다. 어릴 때부터 별명이 '영감'이었다. 행동이 영감처럼 느리고 모든 일에 소극적이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서는 주로 집에만 있었다. 나가서 사람들도 만나 보라고 해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피곤하다고 했다. 취미를 가져 보라고 해도 이 나이에 무슨 취미를 새로 갖느냐며 부정적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보니 부쩍 늙어 보였다. 사람들이 보기에 오히려 동생이 나보다 나이들어 보인다고 했다. 동생도 내 손을 보더니 자기 손은 쭈글쭈글한데 내 손은 아직 피부가 팽팽하다며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비결은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사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비결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직후부터 생활의 습관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편한 쪽으로 굳어버린다고 한다. 

 편한 쪽이란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서 TV나 보다가 먹고 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의욕저하가 생기고 우울증이 생긴다. 부부간에도 항상 같이 있다 보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체력저하로 무기력증이 생기고 면역력도 약해진다. 체중도 늘어난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서 나가야 한다. 돈이 생기지 않는 일이라도 매일 하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당구를 치거나, 둘레길을 걷거나, 글을 쓰거나,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데가 많아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줄 필요는 없지만, 남을 돕는 일도 많다. 그런 과정이 몸을 움직이게 하고 삶을 즐겁게 한다.

  이런 생활도 매일 똑 같이 하는 것이 지겹다면 생활 패턴을 바꿔 본다. 일박 이상의 여행도 다녀 본다. 동네 산책이나 집에 가는 길도 매번 가는 길만 가는 것보다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뇌 활동에도 좋단다.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자신을 통제하는 것도 좋지 않을 수 있다. 고기도 먹고 술도 가끔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된다. 은퇴 직후의 생활 습관이 노후 여생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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