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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0월 동천강 준설공사로 바다길로 이어지는 바지락 조개어장 황폐화돼 어민들이 어선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지난 2020년 10월 동천강 준설공사로 바다길로 이어지는 바지락 조개어장 황폐화돼 어민들이 어선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전국 최대 바지락 씨조개 주산지로 명성을 떨쳤던 태화강 하구에 지난 2019년 이후 올해까지 4년째 바지락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어민들은 지난 50년간 바지락을 잡아왔는데, 이런 일은 없었다며 지난 2017년 11월부터 2년4개월간 울산시가 동천에서 벌인 대규모 준설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재해예방을 명분으로 내세운 준설공사는 태화강 합류부인 동천 하구에서 북구 시례잠수교까지 6.4㎞를 1·2구간으로 나눠 1구간 21만8,000t과 2구간 16만t을 합쳐 총 37만8,000t의 모래를 퍼냈다.

울산시는 당초 동천 준설공사를 하구에서 북구 천곡2교까지 9.9㎞ 구간에서 총 45만8,000t의 모래를 퍼낼 계획이었으나 1·2구간 공사 후 벌어진 태화강 하구 바지락어장 황폐화 문제에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공사 구간을 기준인 10㎞에 0.1㎞가 못 미치는 9.9㎞로 설계한 편법이 문제가 되자 3구간 준설은 없던 일로 덮어버렸다. 

특히 환경당국은 동천 준설공사가 응급복구가 아닌 항구적 성격이고,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엔 미달하더라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위법으로 판단, 입건 조사를 하고도  무혐의로 종결해 배경에 궁금증을 낳기도 했다. 

문제는 태화강 하구 어장에서 바지락이 사라진 시점이 동천 준설공사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는 점이다.

태화강내수면어업계가 울산 남구청으로부터 연간 400t의 할당량으로 패류채취어업허가를 받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바지락 생산량을 보면, 2014년 283t에 이어 2015년 53t으로 줄었고, 태풍 '차바'가 덮친 2016년엔 17t으로 줄어든 뒤 2017년 85t, 2018년 82t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9년부터 바지락 조업을 중단한 이후 올해까지 4년간 생산량은 전무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태화강 하구에서 바지락이 멸종된 2019년은 울산시의 동천 준설공사 1·2구간이 마무리 단계였고, 이듬해 3월 공사가 끝난 이후 바지락이 서식하는 어장 바닥의 모래층이 사라지고 새까만 진흙층만 남았다는 게 어민들의 말이다.

어업계 강종신 총무는 지난달 2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바지락이 전혀 없어 작업을 못하고 있으며, 벌써 4년째다"며 "예전의 검은 뻘층은 올해 태풍 영향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조업을 못하는 계원 중에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10월 당시 생계터전을 잃은 어민들은 바지락씨조개가 사라진 원인 규명과 대책을 요구하며 해상시위에 이어 시청에서 항의시위를 벌였으나 울산시는 국내에 원인조사를 할 전문기관이 없어 어렵다며 외면했다.

그랬던 울산시가 울산연구원에 의뢰한 '동천 준설에 따른 태화강 유입 모래량 변화 분석'이란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동천 준설공사를 태화강 바지락 어장 황폐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이 용역을 수행한 윤영배 연구위원은 '동천강 유사량이 실측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용역 결과는 예측치라고 했지만, 울산시는 책임 회피를 위한 단정적 수단으로 용역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천 유사량에 대한 저의 연구는 동천 하구에서 끝났다"면서 "연구의 초점은 유사량 변화는 바지락 서식환경과는 전혀 관계없으며, 연구 결과를 정책적으로 활용하는 문제는 시에서 판단할 몫"이라고 말해 바지락 어장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결국 이 사안은 울산시에 의해 천혜의 동천 모래 생태계가 잘려나갔고, 태화강 하구 바지락 어장까지 망가뜨린 결과로 나타났지만 피해에 대한 원인 규명은 외면된 채 울산시의 뜻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울산시는 현재 태화강 하구 바지락어장에 2억원을 투입해 자원량 조사라는 걸 벌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가 맡은 이 용역은 올 4월부터 내년 4월까지 계절별 바지락씨조개 개체수를 조사하고, 어장 바닥의 지질상태도 조사할 계획이다.

시는 내년 5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바지락 자원회복을 위해 종패를 투입하거나 자연회복을 기다리는 방안을 선택할 예정이다.

시는 이번 용역에 대해 어장 황폐화의 원인 조사는 아니며 가능하지도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시는 어민들이 실질적으로 입고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바지락어장은 공유 수면으로 개인 어장이나 양식장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의 보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도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피해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책임을 피하기 위한 울산시의 출구 전략은 계속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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