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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요즘 작가 사인회나 연예인 팬 사인회 등 많은 관중이 모이는 데는 예약제 문화가 자 리를 잡았다. 그런데 예약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주최 측이 SNS에 “불편을 끼쳐 드 린 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립니다"라는 게시물을 공지하곤 한다. 이에 많은 사람이 '심심한 사과'를 깊고 간절한 사과가 아닌,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과로 받아들이면서 주최 측에 대한 항의하는 글이 폭주할 수 있다는 거다. 그냥 웃고 넘어갈 해프닝일 수 있겠으나, 문해력에 대한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실제로 이를 발단으로 최근 들어 문해력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실 실질적 문해율은 사회에서 문서를 읽고 의도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구성원의 비율을 말한다. 글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은 충분하나 맥락적 이해가 실질 문맹을 판가 름하는 주요 잣대다. 

 실질적 문해율에 대한 사회적 조사 중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0 성 인문해 능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으로 보는 수준 4 이상의 성인은 79.8%로 나타났다. 20% 남짓의 성인들은 생활 문해력에 대한 이해도 제고가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도 역시 이러한 상황이 반영 된 모양새다.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국어 능력 함양을 위한 기초 문해력 교육을 강화 하기 위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 대비 국어 시간을 34시간 늘렸다. 코로나로 인한 학습력 회복을 위한 각 시도교육청의 정책에서도 문해력에 관한 이야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울산시교육청에서도 한글 책임교육, 기초 문해력 교육 자료 보급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해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글에 대한 정교한 이해, 문해력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정말이지 당연히 독서다. 내 생각에는 거의 유일무이한 해결책이 아닐까 한다. 사실 문해력을 비롯하여 어휘력, 사고력, 이해력, 상상력 등은 책을 통해서 얻는 습관, 삶을 살아가는 지식과 지혜 등에 비하면 덤인 편이다. 그러나 문해력을 위한 독서 습관을 굳이 생각해 본다면 바로 다양하게 읽는 것, 꾸준히 읽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문해력을 위한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하여 도서관의 서가를 활용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 도서관은 한국 십진분류법(KDC)에 따라 000인 총류부터 철학, 종교, 사회과학, 자연과학, 기술과학, 예술, 언어, 문학, 900 역사 등으로 서가를 정리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총류에서 한 권의 책을 읽은 다음, 철학 관련 도서를 읽는 식으로 다양 한 책을 읽도록 계획하는 것도 좋다. 학생들이라면 이번 주는 어린이 잡지를 읽고, 다음 주는 심리와 관련한 책, 그다음 주는 수학 소설을 읽어보는 식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장르의 책과 만나게 하는 것도 좋다. 

 문해력의 향상은 일차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독서 시간은 1시간 처 럼 너무 무리해서 잡는 것보다 10분, 20분 정도도 충분하다. 바쁜 일정이 있더라도 저녁 식사를 하고 20분, 학교 돌아와서 20분, 퇴근 후 바로 10분 등과 같이 반드시 일어나는 일정 뒤에 독서를 이어지는 일정으로 잡기를 추천한다.

 책을 골고루 읽기 전에 일단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더 우선일 수도 있겠다. 일단 좋아하는 장르의 도서를 편식처럼 읽더라도 규칙적으로 책을 읽으려는 습관을 만들고 나서,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장르를 넓혀 다양한 책을 읽도록 연습할 수 있다. 2022년을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이다. 여유가 없어도, 또 여유가 있어도 책을 읽기란 요즘은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을 읽는 습관을 갖는 데 계속 실패하더라도 자꾸 다짐하고, 또다시 반복해서 다짐하는 것조차 훌륭하다.

 우리는 해마다 정말 알찬 년간 계획표를 작성하지만 결과는 작심삼일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작심 3일을 10번만 실천하면 30일이라는 결과물이 생기는 것과 같이 올해 가을을 핑계로 독서에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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