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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배상문 과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배상문 과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

 

크론병은 입부터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0년 크론병으로 진료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는 49.7명으로 2016년 대비 30.4%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20년 전체 진료 인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전체의 30.4%를 차지했다. 이어 30대가 22.6%, 40대가 14.6% 순이었다. 이는 젊은층 가운데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육류와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하는 것이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일 수 있고 또한 질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검사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조기 검사로 조기 진단율이 올라간 것도 젊은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증가세에 있는 크론병에 대해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배상문 과장으로 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  원인 불명…면역체계 이상시 발생 추정
크론병은 소장, 대장 등 소화관의 점막에 만성적인 염증이 일어나는 희귀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대부분은 소장과 대장의 경계 부위에서 발병하나,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완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난치성 질환으로, 다른 유명한 위장 질병들과 달리 발견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면역체계의 과도한 면역반응이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지만 확실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완치법이 발견되지 않은 병. 궤양성 대장염의 증상으로 상기 질병이 의심된다면 담관암, 위장출혈을 의심해볼 가치가 있다. 전통적으로 서양 국가들에서 주로 발병되어 왔지만 최근 생활습관이 서구화된 이후 한국에서 10년 사이에 4배 수준으로 발병자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적 영향과 유전적 영향이 같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식습관, 위생, 어릴 때 장내 감염, 항생제 사용 등의 인자들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흡연은 특별히 크론병을 유발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비슷한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을 예방해주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유전적 영향은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높은 편으로 밝혀져 있다. 궤양성 대장염과는 달리, 염증이 위장관 안에서 띄엄띄엄 발견되며 장의 전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누관이 생겨 장이 다른 장기기관과 연결되는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 혈액검사·대장내시경 등 통해 포괄적  진단 
크론병은 포착하기 어렵고 다양한 정도의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상당기간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질환 부위, 염증의 정도, 장관 외 증상에 따라 다양하다. 
 주 증상은 복통(93~95%), 설사(73~78%) 및 체중감소(79~84%)이며 이러한 증상들이 수 주 이상의 기간에 걸쳐 나타난 경우 이 질환을 고려해야한다. 복통은 침범부위에 따라 다양하나 주로 우하복부와 배꼽주위의 통증이 흔하다. 통증의 양상은 간헐적으로 쥐어짜는 듯하고 식사 후 증상이 심하고 금식하면 호전된다. 
 일부에서는 야간에도 통증을 호소해 수면장애를 호소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수년간에 걸친 경미한 염증으로 장관의 섬유화를 유발해 협착을 초래하므로 산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설사는 주로 수양성이고 수개월 이상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도 한다.
 만성질환으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식사 후 복통이나 설사 등으로 식사 섭취가 힘들며 장관의 염증으로 흡수장애를 초래해 체중감소가 흔히 나타난다. 또한 크론병은 젊은 연령층에서 잘 생기므로 성장기 청소년기에서는 성장장애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 항문주위 질환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으로 상당수에서는 크론병의 전형적인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 이로 인해 비로소 진단되기도 한다.  주 병변으로는 표재성 궤양, 농양, 쥐젖이 있고 쥐젖은 1형과 2형으로 나눌 수 있다. 1형(코끼리 귀)은 부드럽고 통증이 없으며 병변이 비교적 크다. 2형은 주로 치유된 치열이나 궤양에서 생겨 부어있으면서 딱딱하고 누르면 압통이 있다. 
 크론병은 질환의 경과에 따라 치루와 농양 및 협착의 2가지 형태를 보인다. 항문주위 치루는 약 15~35%에서 동반되고 소장, 방광, 질, 복강 등 주위 여러 장기와 교통이 되어 다양한 증상을 초래한다. 복강 내 농양은 심한 발열, 국한된 복부 압통 및 복막염 증상을 초래하나 심한 크론병에서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스테로이드에 의해 발열이나 복막 자극증상이 감소해 진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협착은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염증이 있는 장관에서 발생하고 특히 협착은 수술받은 부위에서 호발한다. 협착은 장폐쇄가 나타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일부에서는 암이 동반될 수 있어 내시경에서 협착이 발견되면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영상학적으로 발견되는 장의 협착은 섬유화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염증에 의한 장의 부종이나 경련에 의해 가역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 흡연과 밀접 영향… 금연이 첫 걸음
크론병은 증상, 징후 또는 혈액검사, 대장내시경 및 영상 검사의 어느 한 가지로 진단할 수 없으며 여러 임상소견과 검사소견을 포괄적으로 평가하여 진단한다. 
 크론병은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층에서 흔히 발생하므로 청소년에서 복통, 설사, 체중감소를 호소하는 경우 이 질환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대장내시경은 크론병 진단에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말단회장을 포함한 대장 전체를 검사하고, 발생부위가 비슷한 장결핵과의 감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치료에는 질병의 활동도(경증 및 중등도, 중증), 병변의 침범 부위(회장, 회장과 대장, 대장, 기타 부위) 그리고 질병의 행태(염증형, 협착형, 누공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치료의 경우 5-ASA제제, 항생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장폐쇄를 동반한 협착, 복강 내 농양, 약물치료 호전 안되는 누공, 천공, 내과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출혈, 악성종양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술을 시행해서 치료해야한다. 
 
# 사실상 완치 어려워 꾸준한 관리해야
크론병이 이렇게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장내 세균총의 변화 때문이라고 추정하는데,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정제당류, 지방산, 인공감미료, 패스트푸드, 육류 등의 섭취가 증가하면서 장내 세균총에 영향을 끼쳐 염증성 장 질환을 유발한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육류 섭취를 줄이고, 과일·채소와 같은 섬유질 섭취를 늘려 균형 잡힌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만약 흡연자라면 크론병 예방을 위해 금연 역시 강력 추천한다.
 크론병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다양한 증상을 초래하며 장기간에 걸쳐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희귀난치질환이다. 
 크론병의 진단에 특이적인 검사방법이 없기 때문에 임상소견, 검사실 소견 및 내시경검사나 영상 소견을 종합해 진단해야 한다. 치료는 증상의 완화와 합병증의 예방을 목표로 5-ASA, 스테로이드 및 면역제제를 투여할 수 있으나 치루, 협착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에는 여러 생물학제제를 투여함으로써 증상의 조절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병변의 치유에 목표를 두고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다양한 증상과 병의 경과를 보이면서 치료가 힘든크론병 환자 개개인에 맞추어 맞춤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개선 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과장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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