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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똥을 누는 고래
황금 똥을 누는 고래

올가을은 단풍이 유난히 아름답다. 이태원 참사 사건만 아니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아름답게 물든 가을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고운 단풍을 봐도 마음 한구석 아릿한 슬픔이 떠나지를 않는다. 아직 빛나고 아름다워야 할 청춘들의 죽음 앞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뿐이다.

헛헛함을 안고 지내는 중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 소식은 다름 아닌 책 출간 소식이다. 무심하게 지내는 일상 중에 어떤 사람의 이름만 떠올려도 빙긋이 미소 짓게 된다면 그의 삶은 축복 받은 것이 아닐까? 그런 축복을 받는 분이 이번에 단편 동화집을 두 권이나 출간했다. 

"이름만 세련된 장세련입니다~"
"장~안 세련된 장세련입니다~"

자신을 소개할 때조차 듣는 이를 웃게 만드는 장세련 선생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봄에도 남목의 마성을 소재로 한 장편 역사 동화 '마성에 새긴 약속'을 냈으니 22년 선생님의 책 농사는 풍년이다.

이번에 나온 따끈따끈한 동화집 '황금 똥을 누는 고래'에는 단편 동화 여덟 편이 실렸다.
황금 똥을 누는 고래. 구두 한 짝. 나, 약밤나무라고! 빨간 목장갑은 어디 갔을까. 샛노란 탱자. 아롱이가 해냈어! 해님을 기다리는 달맞이꽃. 혼자가 아냐.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다. 버려진 헌 구두 한 짝이거나 다리 한쪽을 못 쓰는 고양이,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하는 강아지 등.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에 대한 관심, 그들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젊은 시절 시를 써서 그런지 작품 전반에 걸쳐 문장들이 단아하고 아름답다. 시적 문장들은 읽는 동안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했고, 군더더기 없는 자연스러운 사건 전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동화를 읽는 동안 흐뭇하고 기뻤다. 동화를 써도 그것이 문학성을 가진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동화집에 실린 선생님의 동화는 대부분 문학적 성취도가 높았다. 

모든 작가는 좋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또한 자신의 책이 많은 독자들이 찾고 만나기를 소원한다. 

작가의 말에서 선생님은 전쟁과 천재지변으로 시끄럽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워요. 눈만 뜨면 들리는 새 소리 지붕에 비 떨어지는 소리, 풀벌레 소리는 귀를 기울이게 하지요. 때맞춰 피고 지는 꽃들이며 꽃 진 자리에 맺히는 열매들은 또 어떻고요. 돌아보면 하나도 예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라고 했다.

이 책 속에 담긴 작품들도 예쁘지 않은 작품이 없다. 멋진 이 동화집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응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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