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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뿔은 즐겁다 / 백우선 지음
염소 뿔은 즐겁다 / 백우선 지음

말 한마디

백우선

한마디 말도
숨을 골라서는
성대로 다듬고
입천장으로 다듬고
코로 다듬고
혀로 다듬고
이로 다듬고
입술로 다듬는다
눈, 고개, 손으로
또 다듬는다.


염소 뿔

백우선

뒤쪽으로 굽은
방어용
염소 뿔은 즐겁다.

크레용을 칠할 거야
고깔을 쓸 거야
어릿광대 코의
빨간 공을 꽂을 거야
풍선을 묶고
만국기를 매달고
꽃을 피워 올릴 거야
구름을 얹을 거야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말 한마디가 우리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아주 소중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우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 한마디가 삶을 변화시켜줍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가 하면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상대방의 삶을 빛나게 해줍니다. 반대로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백우선 시인의 말 한마디 동시를 읽고 고운 말 한마디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겠습니다. 성대, 입천장 코, 혀, 이, 입술 등 모두가 한 번씩 다듬어 내다가 그것도 모자라 눈, 고개, 손으로 또 다듬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곱고 고운 말 한마디가 될까요? 이왕 하는 말 뿔처럼 툭 박는 말보다 고운 말 한마디로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말하는 나 자신도 듣는 상대방도 고운 말 한마디로 삶이 빛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뒤로 굽은 염소 뿔처럼 누구를 위협하기보다 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생겨난 뿔이라면 그저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뿔이라면 엄청 무섭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백우선 시인의 염소 뿔을 읽고 뿔이 고운 말 한마디처럼 꽃피우듯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말 한마디라도 그리고 공격적인 뿔보다 뒤로 굽은 염소 뿔처럼 곱게 곱게 다듬어 삶을 빛나게 해주고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는 고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백우선 시인의 '염소 뿔은 즐겁다' 동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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