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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오늘로 닷새째를 맞는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을 통해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적용 차종과 품목을 철강재·자동차·위험물·사료와 곡물·택배의 지선과 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집단 운송 거부 때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해놓고서 지키지 않았다며 이를 파업 명분으로 내세웠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의 피해는 우려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곳곳에서 물류운송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울산경찰청 등도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차의 원활한 물류 수송을 위해 '물류 수송 특별 보호팀'을 운영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순찰차와 사이드카로 화물차 앞과 뒤를 보호하며 에스코트하는 방식으로 운전자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운행을 돕고 있다.

시멘트·철강업종 중심으로 피해 가시화…건설업계 바짝 긴장
 문제는 오늘부터다. 시멘트·철강업종을 중심으로 피해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여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운송 차질로 인해 울산을 비롯한 전국의 레미콘 업계가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굳지 않은 상태로 배송되는 콘크리트인 레미콘의 경우 최종 수요처의 적재 능력이 통상 이틀 정도여서 건설 현장이 연쇄적으로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못해 '셧다운' 되는 건설 현장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체 출하도 파업 이후 쭉 중단된 상태다. 현대제철에선 하루 평균 5만t의 출하 차질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등 자동차 생산 공장에선 완성차를 출고 센터로 옮기는 기사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로드 탁송(판매용 차량을 운전해서 운송)에 들어갔다. SK·GS·S-OIL·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차량 운전자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어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주유소 휘발유·등유 공급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울산항 등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929TEU로, 평상시(3만6,655TEU)의 20~3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면서 파업이 계속될 경우 시멘트·레미콘 등 피해가 큰 업종에 대해 선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화물연대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화와 교섭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 운송자들을 압박하며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정부-화물연대 입장차 확고…결렬시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화물연대와 국토부가 오늘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는 점이다. 공식 대화는 지난 15일 이후 처음이라고 하나 정부 입장과 화물연대 입장차가 확고해 교섭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내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된다면 2004년 도입 이후 첫 발동 사례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이 시기적으로도, 명분적으로도 온당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苦)' 현상으로 인해 국가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자칫하다가는 화물연대 파업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민생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성장 동력의 불씨를 꺼뜨린 원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욱이 화물연대는 지난 6월, 8일간의 집단 운송 거부를 벌이는 바람에 산업계가 1조6,0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파업은 국민과 기업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파업 동참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되돌아 갈 것이 분명하다. 정부도 불법 행위는 엄단해야 하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특정세력에 의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노력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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