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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아침 신문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하여 무려 40조원 규모의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40조원은 엄청난 금액이다. 이 금액은 원전과 방산은 아직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왕세자가 2029년까지 완공한다며 추진하는 네옴시티는 총 투자 금액이 660조 원 규모라서 우리 기업이 따낼 수주 금액은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네옴시티에 대해 뉴스로만 나왔었는데 이번에 왕세자의 방한 외교로 가시화 된 것이다. 

 1970년대 후반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 공사 입찰에서 당시 우리나라 연 예산의 25%에 이르는 9억6,000만 달러나 되는 공사를 따 냈었다. 20세기 최대의 토목 공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세월이 흘렀고 수준이 다른 공사 프로젝트라 하지만, 40조 원이라면 엄청난 금액임에 틀림없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수많은 뉴스가 뒤섞여 올라오기 때문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판단이 안 설 때가 많다. 종이신문의 장점은 이런 뉴스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지면 배치와 활자 크기로 정리해준다는 것이다. 아침 신문에는 일제히 이번 사우디 관련 낭보를 표지 지면에 실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각자 열심히 하고 있지만, 실권을 가진 사우디 왕세자 한 명을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하면서 한꺼번에 중동 드림의 분위기를 현실화 한 것이다. 

 나도 80년대 초반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 역군으로 파견되어 4년간 근무했었다. 해외수당 및 현장 수당까지 국내 근무보다 월급을 2.5배를 더 받았다. 그 덕분에 신혼 초에 집도 마련하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하고 나서도 승승장구했다. 나뿐만 아니라 당시 수많은 건설역군들이 열사의 사막에서 피땀 흘린 중동건설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에게 이처럼 호의를 보이는 이유는 낮 최고 60도의 폭염과 모래바람 등과 싸우며 자국의 고속도로와 항만, 도시를 만들어준 한국노동자들 때문이란다. 인건비가 올라 단순 토목 사업이나 건축 프로젝트에서 경쟁력을 잃고 물러났지만, 몇 년 전 굵직한 건설 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되자, 사우디 고위당국자들이 "한국인들이 다시 와서 마무리 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은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다. 완공 날짜 준수는 물론 공기 단축을 위해 밤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무직도 자발적으로 새벽부터 밤이 늦도록까지 일했다. 일하는 보람과 자부심이 넘치던 그때의 분위기와 근로정신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끓는다. 

 그런데 몇 해 전 예전 대통령이 그때 이야기를 꺼내자 일부 젊은이들의 반응이 "너나 가라 사우디"였다. '헬 조선' 이라는 말도 나돌았었다. 
 10년 전 쯤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것을 기피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고 일본은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나약하고 안일한 생각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과연 그 후 일본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면서 내수 경제가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내 아들딸을 비롯해서 아랫세대들을 보면 대부분 국내용이다. 제조업이나 생산성 있는 기업이 아니고 단순히 먹고 마시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우디 얘기를 하게 되면 "라떼는 말이야~"로 치부해 버릴 것 같아 말도 못 꺼낸다. 

 고용사장이 좋지 않은 국내 일자리 탓을 할 때가 아니다. 고 김우증 회장의 책 제목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눈을 해외로 돌려 열사의 사막이든, 총탄 쏟아지는 전쟁터 든, 눈에 불을 켜고 일하는 근로정신을 다시 보고 싶다.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라떼는 말이야~"시절의 근로정신이 필요하다.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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