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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명 호계중학교 교사
조한명 호계중학교 교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발생하고 올해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등교를 했다. 

학교도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각종 행사나 활동도 이전 2년과는 다르게 과감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나 또한 실험 실습, 모둠 활동 등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학생들과 함께하려고 계획하여 진행하고 있다. 다른 교과 담당 교사들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다른 교사들이 하고 있거나 계획한 활동에 늘 관심을 가지고 본다. 배울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 젊은 열정이 넘치는 체육 교사(이하는 열정 체육 교사)가 기획한 활동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왜냐하면 그 체육 교사와 함께 학교생활을 한 지난 3년 동안 매번 나를 놀라게 하고 하나의 활동이 끝나면 다음은 어떤 활동을 할지 기대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작년까지 학생들의 체육복이 동복만 있고 하복은 없었다. 

학생들은 자율체육복을 입고 체육을 했다. 

학교생활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현장 체험학습 등의 교외 활동, 각종 체육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복 체육복은 필요했고 설문조사를 통해 도입하자고 결론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디자인과 재질을 정하는 것이다. 

열정 체육 교사는 디자인 선정을 위해 학기가 시작되자 체육 교과, 가정 교과, 미술 교과로 구성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성하고 하복 체육복 디자인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정 수업 시간에 섬유에 대해 배우고 미술 수업 시간에 체육복을 디자인한 후 열정 체육 교사의 주도하에 전교생 투표가 진행되었다. 

3개월간의 프로젝트가 끝이 났고 학생들은 자신이 투표한 디자인의 체육복을 입고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1주일 정도는 꿈·끼 탐색 주간이다. 

열정 체육 교사는 중학교 입학 후 체육대회, 축제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3학년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워터밤(WaterBomb)'이다. 음악과 물을 테마로 한 페스티벌인 워터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학교 환경에 맞게 바꿔 진행했다. 

워터밤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했고 검은색 티셔츠, 물총을 준비해와야 했다. 참가를 원하는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행사가 있기 며칠 전부터 기대했고 행사 당일 그동안 쌓여있었던 것을 전부 분출하는 것 같았다. 

친구, 교사 상관없이 한데 어울려 물총놀이를 했고 휴식 시간에는 학생 DJ가 준비한 음악으로 3학년 전체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 

사실 이런 큰 행사는 막연하게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실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열정 체육 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기획부터 준비, 안전관리, 관리자의 승인까지 망설임이 없었다. 

워터밤 행사는 하나의 안전사고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고 학생들은 인생에 남을 만한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만들었다. 

2학기가 개학하고 나서 학교에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라는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3학년 담임인 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체육 시간에 치어리딩을 한다는 것이었다. 

열정 체육 교사는 10월에 예정된 체육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열정 체육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3학년만 치어리딩을 하려고 했으나 1, 2학년까지 확대되어 이제는 전교생이 체육 시간에 '그대에게' 노래에 맞춰 치어리딩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에 비에 운동장이 작아 인근에 있는 큰 운동장을 빌려 체육행사를 진행한다. 

큰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하는 치어리딩이 어떻게 연출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교사의 노력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무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 체육 교사는 체육행사 이후를 벌써 생각하고 있다. 본인의 담당은 아니지만 3학년 아이들과 의미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으나 어김없이 기대하게 만든다. 

현재 3학년은 코로나19와 함께 중학교 시절을 시작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체육 교사를 만나 행복한 3학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열정 체육 교사와 함께여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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