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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나는 알아요.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없으면 외로움 속에 조용히 흐느낄 그 사람/ 떠나야 할 까닭일랑 묻지 말아요/ 내가 너무 바보였어요/ 모든 것이 세월 속에 지워질 때면/ 그땐 내 맘 알게 될 거야/ 너무도 사랑한 당신 영원히 못 잊을 당신/ 추억으로 가는 당신'(주현미-추억으로 가는 당신)

굴뚝은 불을 때어 연기가 빠지도록 세운 구조물을 말한다. '굴뚝 막은 덕석'이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검은 연기에 찌던 덕석의 표현이다. 굴뚝새 역시 연기에 그을린 것처럼 온몸을 감싼 검은 색의 깃털에서 이름이 비롯됐다. 굴뚝새는 여름이면 "떠나야 할 까닭일랑 묻지 말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얄밉게 뒤돌아보지 않고 산속으로 몸을 숨긴다. 늦가을이 되면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었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우리 곁에서 웃음 짓는다. 한평생 반복하며 텃새이다. 작은 구멍을 자유롭게 들락거리면서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행동으로 환술새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숨었다가 나타나는 행동은 자연에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의 중심은 번식이다.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입히는 어머니 마음처럼 알맞은 환경을 찾기 때문이다. 굴뚝새는 일부다처제로 번식한다. 자연의 섭리는 종족 번식의 전략이다. 굴뚝새는 타고난 건축가의 재능이 있어 집을 잘 짓는다. 수컷은 정성을 들여 둥우리를 지으면서 목청껏 노래한다. 그 노랫소리에 반해 암컷은 본보기 집 구경하듯 찾는다. 암컷은 둥지가 마음에 들면 속으로 들어간다. 그 후 사랑은 이루어진다. 그리고는 수컷은 다른 곳에서 옮겨 집을 짓고 또 노래를 부른다. 반복되는 번식기의 행동이다. 

굴뚝새는 참새목 굴뚝새과의 텃새이다. 한자로 초료(鷦鷯)라 쓴다. 중국에서는 여름에 높은 산에서 관찰되기에 고산상적 초료(高山上的 鷦鷯)라 부른다. 초료에 담긴 의미는 작다, 울음소리가 분명하다, 깃은 갈색 등을 담고 있다. 굴뚝새의 과시적 몸짓과 큰 울음소리는 세력권 경계와 암컷의 유혹 행동이다. 먹이는 주로 곤충이며 관목, 물가의 바위, 이끼가 낀 계곡 등에서 찾는다. 굴뚝새는 단독생활을 하는 외롭고, 고독하며 외로운 새이다. 하지만 항상 꽁지깃을 한껏 치켜세우고 다니는 것에서 자존심은 강한 새이기도 하다. 수컷은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영역을 순찰한다. 짧은 꼬리를 위로 바짝 추켜세운 채 '짹짹! 짹짹!' 치며 온몸을 공격적으로 움직인다. 세력권이 강해 주변의 새나 사람을 보면 마치 골리앗을 향해 돌팔매를 던지는 다윗의 겁 없는 행동을 한다. 때로는 사람을 겁내지 않으면서 가까이다가 와서 깝죽거리다가 이내 재빠르게 숨어버린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고 서식한다.

둥지는 보통 암벽 틈, 교목의 뿌리 등 땅 가까이에 짓는다. 재료는 이끼류이며 모양은 둥글고 입구가 옆쪽에 있다. 번식 기간은 5월에서 8월 사이이며 알의 개수는 4∼10개이다. 포란 기간은 14∼15일이며 새끼를 키우는 기간은 약 16∼17일이다. 

굴뚝새는 굴속을 자유롭게 들락거린다고 하여 학명이 '동굴 거주자(Troglodytes troglodytes)'이다. 또한, 굴뚝새는 큰소리를 입가에 달고 다녀 영어로 Wren이라 부른다. 굴뚝새 독수리, 두루미 등과 비교되어 작은 새로 묘사된다. 이 때문에 상징적, 문학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굴뚝새는 외모가 매력적이며, 노래 잘 부르며, 결혼하는 암컷에게는 집 한 채씩 선물하는 상남자에 속한다. 하지만 삶의 업보는 스스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생각했다. 그 결과는'고독한 새'이다. 비록 여러 명의 부인과 많은 자식을 두었지만, 누구 한 사람도 함께 살지 않는다. 추운 겨울 밤낮을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자식이 누군지도 모르고 설령 만났다 해도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한다. 오늘 오전 조사에서 만났다. 태화강 강가에서 마주친 굴뚝새 한 마리 소리치며 얼른 몸을 숨겼다. 인간 바람둥이가 눈여겨볼 스승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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