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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아름다움 / 알프레도 코렐라 글, 호르헤 곤살레스 그림
끝의 아름다움 / 알프레도 코렐라 글, 호르헤 곤살레스 그림

이제 막 100살이 된 주름살이 많은 거북이가 나무 밑에 가만히 있다. 100년간 수많은 곳을 여행한 거북이 니나는 이제 긴 여행이 끝나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니나는 삶의 마지막 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느릿느릿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끝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만난 동물에게 "너는 끝이 무엇인지 아니?"라고 묻는다. 


 가장 먼저 만난 개미는 가을 내내 모아 둔 먹이가 다 떨어져 겨울을 날 수 없으니까, 끝은 나쁜 거라고 했다. 하지만 애벌레의 대답은 달랐다. 애벌레는 나비를 올려다보며 "끝은 내가 평생 기다려 온 순간이야."라고 말한다. 거북이 니나는 여행을 이어 가며 제비, 뱀, 꾀꼬리, 강물을 만났지만 제각각 다른 답을 들려준다. 제비에게 끝은 방향을 바꿔야 할 순간이고, 꾀꼬리에게는 한 음표가 끝나지 않으면 다음 음표가 올 수 없다고 했다. 노래가 끝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새 노래를 부를 수 있겠냐며 되묻기도 했다. 저마다 다르게 내린 정의 속에서 무엇이 진짜 끝인지 알 수 없을 때 끝없이 흐르는 강물이 나나에게 말한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고 생각해."
 "그건 나쁜 거야?"
 "가끔은. 하지만 끝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야. 가령 나를 봐.
 나는 바다에서 끝나지."

 

 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 어렵다. 모든 일이 끝나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더욱 힘들다. 니나를 따라 느릿느릿 책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여행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그림책 '끝의 아름다움'은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통해 끝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니나가 애벌레처럼 느린 존재를 만났을 때는 움직임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정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하지만 제비처럼 빠르게 날아다니는 존재를 만났을 때는 선을 강하게 그은 동적인 그림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길 위에 선 니나의 뒤로 묵직한 질감과 차분한 색으로 표현된 풍경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애잔하다. 아무런 글자도 없이 오롯이 풍경에 머물고 있는 니나를 보면, 나도 모르게 끝의 의미를 되새기며 천천히 걷고 있는 느낌 마저 든다. 회화적인 형태로 자유롭게 표현한 그림을 통해 끝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수진 아동문학가
이수진 아동문학가

 끝과 시작 속에서 나의 일 년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사랑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다 간신히 버틴 날들이 많았다. 아마 내년에도 이어질 테지만 괜찮을 것 같다. 그럴듯한 시작과 끝의 의미를 찾지 않아도, 굳이 삶의 의미를 애써 찾지 않아도 살아지는, 나에게는 2023년이 그런 해이기를 소망한다. 모든 일이 끝난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지만, 끝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어떤 마음을 가졌느냐에 따라 끝은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절망'이 아닌 '설렘'이나 '성장' 혹은 '또 다른 시작'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끝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끝의 또 다른 이름들을 상기시킨다. 새로운 해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러니 끝과 시작은 어쩌면 종결의 의미가 아니라 연속의 개념일지 모른다. 끝나는 것이 있어야 또 시작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라는 아주 명쾌한 진리 앞에 아쉬움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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