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문연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문연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버스(Metaverse)를 아시나요? 직장인들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메타버스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대면회의에 제약이 걸리자 줌(Zoom)과 팀즈(Teams) 같은 회의실 가상공간 플랫폼에서 직장동료를 만났다. 기업 외에도 많은 이들은 알게, 모르게 메타버스 기술이 주는 혜택을 받고 있다. 관광지에서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나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같은 가상융합기술(XR·eXtended Reality)을 보거나, 실제로 써봤을 수 있다. 실제로 그 장소에 가지 않고도 실감한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기술, 이것이 메타버스다. 최근에는 실감 경제(immersive economy)라는 개념이 경제 트렌드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실감 경제는 실감 기술을 적용하여 산업, 사회, 문화, 관광 등의 분야에서 가치를 생산하는 경제를 말한다. 이 실감 기술이 바로 메타버스가 구현하는 가상현실을 말한다.

 메타버스는 추상, 그리고 그 이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며, 현실을 3차원 가상공간으로 옮겨준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라는 소설에서 처음 나온 용어로서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Avatar)가 활동하는 3차원 가상공간이다. 아바타는 나 자신을 대리하거나, 대신하여 가상공간에서 현실의 거울처럼 움직인다.

 메타버스가 교육을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메타버스가 가진 무궁무진한 기술을 잘 적용하면 현재의 오래된 교육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자. 교과서를 바탕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텍스트를 바탕으로 지식을 전수하거나 주입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교사는 교과서 내용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학생은 교사의 말이나 글을 이해하면서 지식을 쌓는 구조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을 막고 창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미래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등 다양한 주체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경험 교육을 중시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태에서 학생과 학생이 지식을 서로 나누거나,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는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 변화의 중심에 메타버스 기술이 있다. 메타버스를 사용하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소통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물리적, 시간적, 그리고 재정적 제약 때문에 할 수 없는 실험, 실습,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가상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예를 들어 세계적 유적지인 마추피추에 가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체험하고, 친구들과 토론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겠다. 메타버스는 위험한 경험을 대신 해준다. 방사능 대피 훈련이 대표적이다. 현재 학교에서는 TV로 방사능이 가져오는 피해를 보여주거나, 대피 훈련을 하는 것이 전부다. 메타버스는 방사능이 유출되는 다양한 원인을 보여주고, 이를 피하기 위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군대에서는 전차, 비행기 등의 고가면서 운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훈련을 VR 헤드셋과 각종 센서가 있는 특수복을 입고 수행한다. 다른 참가자와 소통할 수도 있고, 협력해 적 전차나 비행기를 물리치는 훈련도 한다.

 현실에서 고비용이거나, 동시에 하기 어려운 일도 쉽게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해외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유럽, 남미 등은 가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곳을 메타버스는 실제로 가는 것과 유사한 경험 세계를 만들어 준다. 단지 유적지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공간에서 현지 학생과 대화하거나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방문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을 보고 새로운 목표를 찾고 학업에 더욱 열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종식되면서 메타버스 열기가 식고 있다. 메타버스가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느낌이다. 이를 반영하는 듯, 메타버스의 대표적 기업인 로블록스(Roblox), 줌(Zoom) 등의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그만큼 메타버스에 대한 기업 등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가 메타버스 수도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했다. 

 메타버스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우선 기술적으로 발전의 여지가 크다. 현재 기술로 잘 만들지 못하는 공간을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현실감 있게 구현할 것이다. 현실을 묘사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상세계에 대한 사용자의 몰입도와 자유도는 증가할 것이다. MZ세대는 지금 메타버스에 열광하고 있다. 이 세대는 메타버스에 대한 수용도가 가장 높다. 가상공간 기술을 잘 이해하며 능수능란하게 활용한다. 하나의 문화로서 가상공간을 받아들이고, 아바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다. 이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의도대로, 직접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계를 설계하고, 건축한다.

 메타버스가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약간의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인 지금은 어디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교육혁명의 도구로 사용될 것인가? 도태된 여러 기술처럼 반짝 유행하는 기술이 될 것인가? 필자는 교육혁명의 수단으로 활용되기에는 아직은 기술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이다. 메타버스를 좋아하는 MZ세대가 자신들의 니즈를 끊임없이 기업에 전한다면, 소비자 친화적 기술로 발전할 것이다. 부디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어, 주입식 교육에서 자기주도 학습으로, 모방 중심에서 창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교육이 대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