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문진 남구 환경관리주무관
정문진 남구 환경관리주무관

“선생님! 비둘기에게 먹이 주시면 안 됩니다! 집비둘기는 유해야생동물입니다!"

 요즘 남구 환경관리 담당자들이 주민 여러분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필자 도 열심히  홍보·계도에 나선 덕에 비둘기 계장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많은 분들이 집비둘기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사실을 잘 모르거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필자 또한 업무를 담당하기 전에는 '비둘기에 먹이를 줄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비둘기는 UN의 심볼이자 평화의 상징으로서 88서울올림픽 개막식을 빛낸 주인공이었고 십수 년 전에는 태화강 둔치에서 비둘기 아빠라는 분이 한 달에 30만원씩이나 사비를 털어 비둘기 모이를 챙겨준다는 미담기사가 뉴스에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남구에서 비둘기 아줌마, 비둘기 할머니로 불리는 분들이 주택가 등지에서 무차별적으로 비둘기 먹이를 주는 바람에 털날림과 분변 등 여러 피해를 입고 민원을 호소하는 주민분들을 만나 직접 상황을 보니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뿐만 아니라 비둘기 배설물이 문화재 훼손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데 대리석으로 만든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비둘기 배설물 등으로 인한 부식 피해를 입어 유리 보호막을 설치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 피해  때문에 환경부는 2009년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비둘기 먹이주기'가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하기에는 피해를 입고 계신 분들의 고통이 너무 크고, 비둘기 배설물은 유해 세균인 뇌수막염과 조류독감, 피부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 남구는 비둘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경부에서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고 먹이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대주민 홍보를 강화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홍보전단과 아파트 게시판, 각종 자생단체 회의에서도 안내를 드렸고 카드뉴스를 통해 SNS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

 얼마 전 한 어르신이 음식물쓰레기를 자기 집 마당에 뿌려 놓는 바람에  비둘기가 먹이를 먹으러 모여들어 이웃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민원이 접수돼 현장을 방문했다.

 어르신께서는 “음식물 쓰레기도 해결하고 비둘기에게 먹이를 제공해서 일석이조가 아니냐, 먹이를 주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냐" 면서 호통을 쳤는데 담당 직원이 유해 집비둘기 관리업무 처리지침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니 어르신께서 미처 몰랐다며 앞으로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를 많이 홍보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다만 현행 우리나라 법 규정에는 비둘기 먹이주기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같은 강제 규정이 없다보니 환경부에서도 홍보와 계도가 우선이고 앞으로 제재를 가할 근거를 법에 규정하고 위해서 정부와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이 포함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 근본적인 민원 해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 외국의 경우 우리보다는 적극적으로 제재를 하고 있었다. 

 영국은 먹이제공과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50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은 먹이제공자에 벌금부과(45~300달러), 프랑스는 먹이 제공자 벌금 부과뿐 아니라 비둘기 포획과 사살까지 하고 있다. 스위스는 먹이제공을 금지하고 번식방지를 위해 비둘기집의 알을 모조알로 교체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

 사실 비둘기 개체 수가 늘어난 건 생태계 영향에 대한 고민 없이 비둘기를 활용한 인간의 잘못도 있기에 무조건적인 살처분과 같은 방식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다양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서 정부 차원에서 비둘기와의 공존을 위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구청 비둘기 계장으로서 주민 여러분께 꼭 당부말씀을 드리자면 인위적으로 제공되는 쌀과 음식물쓰레기 등으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둘기들은 심각한 비만으로 쇠약해지고 번식력은 왕성해져 개체 수는 점점 늘어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도심 속 집비둘기들이 필요한 먹이를 스스로 찾아 움직이며 생태계의 일원으로 인간과 함께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먹이제공 금지를 위한 주민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 또 당부 드립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시면 안 됩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