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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중에는 좋은 사람도 만나고 해코지를 하는 사람도 만난다. 오랜 경험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는 비율을 높이고 해코지 하는 사람들은 피하게 되는 것이다. 한때 전국에 합창 붐을 일으켰던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지도한 박칼린씨는 합창단 멤버를 오디션으로 뽑을 때 그 사람의 인격을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합창단에서 노래나 잘하면 됐지 웬 인격을 본다는 것인지 의아하겠지만 한 사람의 인격 장애자가 들어오면 전체 분위기가 엉망이 된다는 것이었다. 합창단 하나, 뮤지컬 팀 하나를 구성하는 데에도 구성원들의 인격을 중시해서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인격을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박칼린씨는 뽑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소속했던 곳에 조회를 해본다고 했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장 무난한 평가가 될 것이다. 대부분은 무난하지만 인사성이 없다거나 심성이 바르지 않다거나 손버릇이 나쁘다거나 화합하지 못하고 남들과 자주 다툰다거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지적을 당하게 되어 있다.

 사람의 인격은 얼굴에 나타난다 해 인상이 중요할 것이다. 좋은 사람만을 골라 뽑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나쁜 사람은 가려내 상대를 안 하면 될 것이다. 중국 관상에는 여포처럼 남을 공격하고 관계하는 사람마다 해악을 끼치는 사람의 상으로 '살쾡이 상'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관상도 그래서 중요한 모양이다. 공자님 말씀에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자, 즉 말을 교묘히 하는 자 중에 인격자는 없다'고 했다. 말은 교묘히 하는데 오히려 다른 선한 사람을 현혹시키고 분란을 조성한다. 이런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동호회처럼 가려 뽑고 말고 할 수 없는 인원의 모집은 그래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잘 나가다가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연못물을 흐려 놓게 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한 순간에 허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동창생들이라며 함께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못 들어오게 하거나 해악을 막기 위해서는 공동의 감시팀이 존재해야 한다. 혼자서 막아보려고 하기에는 개인감정이 생길 수도 있고 힘으로 밀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식이다. 질이 안 좋은 몇 사람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슬그머니 나간다.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공동으로 질책을 해야 당사자도 느끼는 바가 있고 단체에서도 운영진의 힘이 생긴다.

 풍부한 인간간계야 말로 말년을 행복하게 해주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사람을 형사범이 아닌 이상 악인과 선인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상에서도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 해코지 하는 사람, 질투가 많은 사람, 자기주장이 유난히 강한 사람, 유쾌하게 해주는 사람, 부담 없이 편안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노인이 될수록 과거에 집착하거나 별 것 아닌 지식을 고집처럼 내세우는 사람이 많다. 가볍게 하는 술자리인데 혼자만 얘기하거나 자기가 주장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사람이 있다. 아는 것이 많으니 알아달라고, 또는 내가 학력은 좀 모자라지만, 아는 것은 많다며 자신의 얘기로 몰고 가면 다른 사람은 피곤해진다. 그 보다 넓고 깊은 정보는 요즘은 스마트폰 안에 다 있다. 지식은 자랑이 아닌 시대인 것이다. 

 인간관계는 양보와 배려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년에 요양원에 가보면 여전히 지인들이 많이 오는 사람, 또는 거의 없는 사람 등 구별이 확연해진다고 한다. 이기적으로 살아온 사람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남에게 베풀고 남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다. 젊어서 마누라 자랑, 나이 들어서 자식 자랑하는 것이 팔불출이라고 한다. 진정한 승자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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