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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보다 자신을 정직하게 비춰주는 거울이 있을까. 나는 가끔 나 자신이 카메라의 프레임만큼 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걸음 물러서면 더 넓은 세상을 담을 수 있겠지만 자세히 볼 수 없고, 가까이 간다면 대상은 좀 더 명확히 보이겠지만 주위를 살필 수 없다. 사진은 언제나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선택을 강요한다. 사진에 나타난 세상은 ‘세상만큼의 세상’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내가 보는 만큼의 세상’이다.
이번 작업 '보는 만큼의 풍경'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질 수 없을까 하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또한 시선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사진은 초겨울 산속 개울가 바위를 찍은 것들이다. 바위에 패인 작은 물웅덩이에는 약간의 물이 고여 살얼음이 얼어있었으며 늦가을의 흔적들이 쓸쓸히 흩어져있었다. 순간 그 물웅덩이의 모습은 하나의 멋진 형상들로 다가왔으며, 나는 그 형상들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에 나타난 결과는 그냥 바위의 작은 물웅덩이 지나지 않았다. 카메라의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사각 프레임 속 세상의 정형화는 내가 보는 세상에 군더더기를 더했으며 이것들은 대부분 불협화음을 일으키거나 나의 시선을 방해했다. 이후 나는 군더더기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본 ‘본질’만을 남겨 두고…. 옥진명
옥진명
okjin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