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식 경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기명기가 쏟아졌다. '왼손천재' 라파엘 나달(세계랭킹 2위.스페인)은 배구나 배드민턴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스파이크성 강타를 꽂아넣었다. 찬스 볼이 오자 아예 몸을 공중으로 띄워 코트를 거북이 등처럼 쫙쫙 가를 기세로 강한 스매싱을 내리 꽂았다.
 나달과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벌인 둘 만의 첫 시범경기는 많은 화제를 뿌리며 팬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이끌어냈다.
 세계적인 톱스타답게 공격적이고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인상을 확실히 끌었고 넘치는 쇼맨십으로 랠리 플레이를 유도하면서 잠실 실내체육관을 환호성이 가득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페더러에게 보내는 박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가 될 자질이 충분한 영웅에게 표하는 존경이었다.
 반면 나달의 힘을 북돋은 열광적인 박수 세례는 '언더독'(승부에서 열세에 있는 팀이나 선수)에 대한 열띤 응원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지상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도저히 칠 수 없는 각도에서 기적 같은 반격을 이끌어 낸다고 해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페더러는 한국팬에게 '영웅은 이름을 헛되이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날카롭게 네트를 타고 흐르는 백핸드 슬라이스를 연속적으로 성공시켰고 장기인 라인 끝에 떨어지는 포핸드 패싱샷으로 발리를 시도한 나달을 주눅들게 했다. 반 박자 빠른 강한 스트로크와 수비의지를 꺾는 강하고 정확한 서브까지, 페더러가 '완벽한 선수'의 전형을 과시할 때마다 관중은 탄성을 내질렀다.
 나달의 쇼맨십은 페더러의 스타성을 능가했다. 1세트를 3-6으로 내준 이후 경기를 주도한 것은 도리어 나달이었다. '왼손천재'답게 페더러의 좌우 양쪽을 찌르는 날카로운 포핸드 스트로크를 보여줬다.
 나달은 짧은 로브로 페더러를 코트 앞뒤로 흔들며 장난을 걸었고 페더러의 실수를 유도하는 영리한 플레이로 관중의 혼을 뺐다. 특유의 맨 소매 셔츠를 입고 나온 나달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두 선수는 3세트까지 1시간 22분의 적정한 시간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멋진 플레이를 연출, 처음 방문한 한국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줬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