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일보다 건강이나 가족관계, 여가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오직 일밖에 모르던 일벌레 시대는 지나갔다. 특히 여름휴가에 거는 기대는 그 무엇보다 크다. 일상에 찌들었던 심신을 훌훌 털고 쉴 수 있는 유일한 때가 여름휴가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야박하리만치 짧은 것이 또 우리의 여름휴가 현실이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여름휴가라면 길게는 한 달 이상 계속된다. 프랑스의 노동법은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연 5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36년, 레옹 볼륨에 의해 시행됐다. 가히 여름휴가 천국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울산 현대중공업이 노사합의로 프랑스의 여름휴가에 버금가는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24일 국가 공휴일에는 일하는 대신 여름휴가를 더 가는 근무제도를 시범 도입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오는 6월 6일 현충일과 7월 17일 제헌절 국가 공휴일에 일하는 대신 여름휴가를 2일 더 갈 수 있도록 합의했다. 현행 우리의 노동법과 근로일수를 준수하면서, 프랑스식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작업시간을 조정했다. 이는 옥외 작업이 많은 조선현장의 특성상 한여름철인 7월 말과 8월 초에 일하는 것 보다 오히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에 열심히 일하고 여름휴가 때는 휴가일을 더 늘려 쉴 수 있도록 하는 등 업무의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노사는 현충일과 제헌절 공휴일 2일을 일하고 7월 말로 예정된 5일간의 여름휴가에 2일을 추가해 7일간 쉴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공식 여름휴가 기간은 당초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평일 5일에서 2일이 추가돼 8월 6일과 7일까지 모두 7일간을 쉰다. 그러나 7월 28~29일, 8월 4~5일의 주말(토.일) 휴일 4일을 합하면 휴가기간이 11일간이 된다. 현대중공업은 여기에다 사실상의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7월 28일(토) 전날인 7월 27일 금요일 하루를 특별휴가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임직원의 올해 여름휴가 기간은 모두 12일에 이른다. 노사상생을 통해 12년째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해 온 모범 사업장 현대중공업이 회사의 특별 배려와 함께 노사간 합의로 기획한 이번 12일간의 장기 여름휴가 기간은 상당히 이례적이면서도 인근 지역 사업장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거리가 많아 주머니가 두둑하고, 여름휴가까지 길게 받았으니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현중 노사의 기록 갈아치우기가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