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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소환제가 25일부터 전격 시행됨에 따라 적지 않은 지방선량들이 몸을 떨고 있다. 당장 비리에 연루되거나 중대 정책실패로 주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선량들이라면 이 제도가 저승사자로 보일 수도 있다. 소환에 따른 요건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광역단체장은 총 투표권자의 10%, 기초단체장은 15%, 광역· 기초의원은 20% 이상의 서명만 받아 관할 선관위에 제출하는 것으로 주민소환제에 따른 투표 요건을 갖추게 된다. 선관위는 주민소환 청구의 적합성 등을 따져 투표일을 공고하게 되고 주민소환 투표에서 투표권자들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대상자는 직위에서 물러나게 된다. 주민의 손으로 당선시킨 사람을 주민의 손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장치를 동시에 부여하자는 것이 주민소환제의 입법 취지다. 그러나 지방행정의 안정을 위해 임기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는 소환투표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실질적으로는 오는 7월 1일부터 주민소환 청구가 가능하다. 즉 유예기간이 끝나는 순간, 지방선량들은 언제고 주민소환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은 비리에 연루, 공복의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재판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도 공직에서 쫓아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주민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따른 부담감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마땅히 해야 하는 사업임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무서워 지방행정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정적들의 농간에 의해 단체장 등 지방선량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다수 주민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사업인데도 특정 이해관계자들을 부추겨 선량을 밀어내려는 시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더욱이 모함이나 투서에 의해서도 영속성을 가져야 할 지방행정이 암초에 부딪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모함이나 투서의 사실관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법정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주민소환제가 더 빠를 수 있다. 주민소환제를 대표 입법 발의한 민주노동당의 이영순 의원도 이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작용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는 환영할 일이다. 주민들과의 충분한 대화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자신의 선거공약을 강행하는 것이나, 임기까지는 무엇이고 해도 된다는 식의 독선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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