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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대성의 사이코 드라마 <신화 1900>은 1982년도에 쓴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당시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아냈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을 읽어도 전해지는 감동은 그대로다. 작가의 사회적 통찰력과 작품에 대한 깊이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정신병원에 수감중인 김기창. 그를 중심으로 작가와 병원장인 서박사가 있다. 작가는 극의 해설자이자 작품의 서사적 구조를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작품 속 작가는 윤대성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주인공 김기창과 환자들을 위한 사이코 드라마를 진행하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작가]저는 이 병동에서 아주 흥미있는 사건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인간이 전혀 자신의 책임으로서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살인자가 되는 과정이 저를 놀라게 한 것입니다. 그 타인 중에는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과 나도 포함이 돼있습니다.
 
 사이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작가는 상념에 젖는다.
 
 [작가]오늘 이 연극의 주인공 김기창이란 인간 우리 주변에 흔한 소시민, 어쩌면 나 자신일 수도 있는 한 인간의 몸부림과 그를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제도, 법, 폭력! 이 파괴의 힘은 개인으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현대문명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힘에 저항하여 개인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노력은 부단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항상 비참한 패배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그것은 아름다운 패배입니다.
 
 극의 후반부에서 사이코드라마는 성공리에 막을 내리고 서박사와 작가는 환호한다. 그런데 환자 중 한명이 돌발행동을 일으켜 김기창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극을 파국을 맞는다. 작가는 작품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작가] 오늘 우리의 신들은 누구입니까? 컴퓨터인가요? 매스컴인가요? 아니면 폭력 자체인가요?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신화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신화는 파괴의 신화일 뿐입니다. 아무 것도 올바른 의미를 지닌 채 존재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항상 새로운 신화에 의해 파괴되고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수많은 신화를 듣고 자란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기도 한다. 우리가 들은 어릴적 신화의 주인공은 인간을 위한 것이고 늘 인간과 함께했다.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 내는 신화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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