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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 사과나무, 물구나무가 있습니다. 물구나무를 보려고 들로, 산으로 가면 보기가 무척 힘듭니다. 요가 수련장에 오면 볼 수 있습니다. 왜냐면 물구나무는 사람이 서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거꾸로 서있는 것이 물구나무입니다.
 왜 사람이 거꾸로 서는 것을 물구나무라고 할까요?
 나무와 사람은 거꾸로 된 것이 많습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 같은 탁한 공기를 시원하게 마시고 산소를 밖으로 뿜어냅니다. 그러면 사람은 나무가 뿜어낸 산소를 시원하게 마시고 나무가 원하는 이산화탄소 같은 탁한 공기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나무에게 사람이 먹으면 큰 병이 나는 똥, 오줌을 뿌려주면 맛있게 먹습니다. 똥, 오줌으로 된 거름 냄새는 나무에게 된장국 향기가 되어 군침을 삼키게 합니다. 나무가 거름을 먹고 소화하여 몸밖으로 내보는 물은 불순물이 없고 깨끗한 물로 사람이 마시면 좋습니다. 이 물이 약수가 됩니다.
 산에 가보면 가뭄이 드나 장마가 지나 계속 같은 량의 물이 졸졸 흘러나오는 샘물이 있습니다. 이 물이 바로 나무가 양분을 다 빨아먹고 밖으로 내보내는 물입니다. 
 사람은 피부가 째지면 피가 나고 팔, 다리가 부러지면 엄청나게 아픕니다. 이런 일은 되도록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옮겨심기로 뿌리를 잘라주거나 겨울에 가지치기를 해주면 잘라준 부분에서 더 많은 뿌리와 가지가 나와서 좋아합니다.
 나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잎과 꽃을 피우며 자랍니다. 하지만 사람은 열아홉살 전후로 몸은 다 자라고 더 이상 안 자랍니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크는 나무에서 빼낸 설탕으로 만든 단 것을 키가 클 때까지만 좋아합니다. 설탕같은 당糖으로 된 단 음식이 키를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랄 때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상하고, 소아당뇨가 되기도 합니다. 다 커서 너무 좋아하면 당뇨병이 생깁니다. 다 크면 키 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설탕같은 단 것은 맛이 없어지고 짜고 씁쓸한 음식이 당깁니다.
 짠 소금은 키를 키우는데 별 역할을 안 합니다. 하지만 몸 물질대사를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차워지는데 씁쓸한 음식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맛있어집니다.
 나무의 성기는 꽃입니다. 나무가 크면 성기인 꽃을 활짝 펼쳐 보이지만 사람은 어릴 때만 꼬치를 내놓고 다니고 크면 꼭꼭 감춥니다. 사람과 나무는 반대라서 어떤 사람에게 선물을 줄 때 꽃을 주지 꼬치같은 것은 안줍니다. 사람이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꽃을 건네는 것은 꽃이 사랑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사랑, 사랑만큼 가슴을 설레게하고, 아득하게 그리워지는 것이 있을까요?
 나무는 더운 여름이 오면 옷을 입고 추운 겨울이 오면 옷을 벗습니다. 사람은 여름이 오면 옷을 벗고 겨울이 오면 옷을 입습니다.
 나무는 사람 머리에 해당하는 뿌리를 땅에 박고 살고 사람은 머리를 하늘에 박고 삽니다. 그리고 나무는 사람 손발에 해당하는 잎을 하늘로 향해있지만 사람 손발은 땅으로 향해있습니다.
 물구나무는 나무는 나무인데 이름이 물구인 나무란 뜻입니다.
 사람이 머리를 땅에 박고 발을 위로해서 서면 나무와 모습이 같아지니 나무라고 합니다.
 그럼 왜 이름을 물구라고 했을까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게는 음식을 주고 나무에게는 매일같이 물을 줍니다. 물이 귀한 사막에 사는 식물은 물을 구하기 위해 자기 키보다 몇 십배 넘는 뿌리를 갖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계곡을 가보면 나무뿌리는 물이 흐르는 계곡 쪽으로 가있습니다.
 나무는 물이 없으면 못살기 때문에 항상 물을 구합니다. 이렇게 큰 나무는 큰 물이 날 때 산사태를 막아주고 가뭄이 들 때는 뿌리에서 물을 조금씩 내 보내어 사람들에게 물을 구해줍니다.
 나무가 자기도 필요해서 물을 구하고 또 사람에게 물을 구해주니 나무는 나무인데 물구나무라고 했습니다.
 인도 말로 물구나무서기는 살람바 쉬르샤(Salamba Shirsha)입니다. 영어로는 해드스탠드(Head stand)입니다.
 두 말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머리서기입니다. 나무란 뜻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말 물구나무서기에는 나무란 말이 정확히 들어가 있습니다.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김치가 좋은 음식인 것을 알고 담가 먹듯이 물구나무서기란 말도 온 인류가 같이 나눠 쓰면 좋겠습니다.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물구나무서기를 50분 정도 계속 서 있다보니 머리를 땅에 심고서 바람에 잎을 흔드는 나무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물구나무서기를 50분 정도 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나무가 되어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물구나무 뜻풀이는 그때 살짝 스쳐지나간 영감을 글로 좀 길게 쓴 것입니다. 그때 수련장 앞에 서있던 소나무가 내게 말을 건넨 걸까요?
 물구나무서기는 사람이 나무가 되는 자세입니다. 나무가 되는 데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중요한 것이 목과 허리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입니다.  (김한기 즐거운 요가 저자·드림요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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