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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 공공조형물(미술장식품)이란 무엇이며 울산에는 공공조형물이 어떻게 설치되고 있고 한해 얼마나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지 등 실태와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거리 공공조형물(미술장식품)이란=
 "건축물을 지을 때마다 건물 밖 거리엔 쉼없이 조각물이 세워지지만 볼만한 것은 거의 없다. 모양도 패턴도 비슷해 그게 그것같다. 예술품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수준 이하가 대부분이다. 거리의 미관을 살리는 조형물이 아니라 아예 공해다" 거리 조형물 제작에 참여했던 한 조각가의 고백이자 자기반성이다.
 도시경관을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미술작품 향수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84년도부터 총공사비의 1%를 미술작품 설치에 투자하도록 권장사항으로 시행되다 95년부터 울산을 비롯 전국적으로 의무사항으로 확정됐으며 2000년 10월부터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엔 총공사비의 0.7%로 비율을 낮춰 실시되고 있다.
 건축물 미술품 중 문제가 심각한 것은 건물 외관에 설치하는 거리조형물(일명 환경조각). 거리조형물이 왜 이렇게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것일까.

 ▲거리조형물 설치 과정과 현황
 우선 건축주가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심의를 올린다. 작가를 선정하는 일은 건축주의 권한이다. 자치단체 심의위원회(대부분 미술 관련 인사로 구성)는 심의에 올라온 작품이 예술성이 높은지, 건축물과 주변 경관에 어울리는지 등을 심사해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
 울산시의 경우 매년 평균 30여건의 건축물 미술품(실내 미술 포함)이 승인을 받는다.
 한해 4~5차례 심의위원회를 열면 평균 7여건이 심의대상에 오르며 80%이상이 심의를 통과했다. 이 중 약 95%가 거리조형물이다. 그렇다면 전국적으로 의무사항으로 설치된 1995년 이후 울산시에 들어선 거리조형물은 대략 200여점. 한 점당 설치비는 평균 1억원 정도.

 ▲거리조형물 설치 의의
 개인 소유의 건축물 앞에 조형물을 설치하라 말라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관계자 혹은 전문가들은 "건축물 자체도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 환경이다. 따라서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사람들에게 심미적 정서적 풍요로움을 제공하기 위해 미술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리조형물은 보기 싫어도 봐야하기 때문에 보다 공익적이며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천편일률적이고 수준 낮은 거리조형물
 도심지를 지나다가 큰 건물 입구에 세워진 조각상이나 미술장식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 저 조각상이 왜 이곳에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태반이다.
 작품성이 떨어지고 건물이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이 많다는 증거다. 형태도 비슷비슷하다. 원이나 반원을 모티브로 삼은 조각, 어깨동무하고 있는 가족을 형상화한 조각물이 상당수다. 다른 작품들을 모방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울산 거리를 걷다보면 유사한 조형물을 한 블록마다 한 두 개 정도는 만난다. 대부분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작품도 적지 않다.

 ▲브로커의 개입과 리베이트 의혹
 건축주가 작가를 직접 선정하기도 하지만 중개상(브로커)이나 화랑이 개입하는 것은 미술계의 공공연한 비밀. 브로커는 건축주 관계자나 심사위원에게 로비를 하거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대신 중개료를 챙긴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조각가는 "브로커가 떼가고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나면 작가에게 돌아오는 돈은 20∼30%이니 질 높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브로커 혹은 심의위원과 친한 작가들이 선정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작품이 비슷비슷해지는 이유는 이런 데서도 비롯된다.  김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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