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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구두를 '패션의 마침표'라고 한다.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있어 구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니스커트 열풍 덕에 시선이 상체보다 아래쪽으로 쏠리게 됐고 자연히 구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에나멜로 된 구두, 다양한 길이의 부츠 등 여러 디자인으로 눈길을 머물게 하는 멋들어진 구두라도 발모양을 바꾸거나 발에 무리가 가는 것이라면 '개발의 편자'가 되기 십상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울산지역 여대생의 10명 중 9명이 꼭 끼는 신발 때문에 발가락이 망치 모양으로 변형되는 '망치 발가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학교 생활과학부 한현정, 감원연 강사와 전은경 교수의 공동 논문에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지난해 울산대 여학생 46명을 대상으로 '족적 형상에 의한 발의 형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89.1%가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네 발가락 가운데 1개 이상의 망치 발가락을 소유한 '망치족(足)'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망치 발가락 소유자 모두 새끼발가락이 망치 형으로 변하게 한 것은 발의 압박이 장기적으로 가중된 꼭 끼는 구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학생들의 발가락 형태는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길이 보다 2㎜ 이상 긴 이집트인 타입이 52.2%로 가장 많았고 엄지와 둘째 발가락의 길이가 같은 스퀘어 타입은 32.6%, 둘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2㎜ 이상 긴 그리스인 타입은 15.2%로 분석됐다. 울산대 전은경 교수는 "망치 발가락은 일반적으로 좁은 구두 때문에 발가락이 망치 모양으로 변형되는 발가락 장애의 대표적인 예"라며 "발가락이 변형되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등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편안한 신발을 찾아 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이 발통증을 불러일으키고 발모양을 변형시키는 증상을 의학계에서는 무지외반증이라 말한다. 무지(발가락 관절 부위 이름)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면서 심하면 둘째 발가락 밑으로 들어가는 족부 기형 질환이다. 구두를 신으면 이 엄지발가락 아래쪽 휜 관절(무지)이 구두 안쪽에 부딪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새끼발가락 쪽에 힘을 주게 되면 새끼발가락과 발바닥에도 굳은 살이 생겨 심한 통증이 발생해 보행을 할 수 없게 된다. 동구 서부동 김범수 정형외과 김범수 원장은 이런 변형이 증가하면 편한 신발을 신더라도 통증이 계속돼 장기적으로 보행이 어려워진다. 심하면 발 변형과 장애를 가져와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가벼운 무지외반증은 편한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 통증이 완화되지만 심할 때에 는 튀어나온 뼈를 자르고 뼈와 인대를 맞추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는 신발을 부드럽고 낮은 것으로 교체하거나 보조기구를 쓰는 등 우선 발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효과가 미흡해 수술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김범수 원장은 "보통 엄지발가락이 35도 이상 휘었을 때 수술하게 된다"며 "수술 다음날부터 보행이 가능하므로 특별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구두로 인한 발 변형은 무지외반증에 그치지 않는다. 굳은 살이나 티눈, 후천적인 평발, 엄지발가락 발톱이 살로 파고들거 나 발가락 사이가 저리는 지간 신경통 등도 하이힐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하이힐을 신으면서 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야 한다. 모양 변형이 없더라도 발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낼 때, 발은 아프지 않아도 종아리 등이 매우 피곤할 때, 발가락이나 발바닥에 딱딱한 굳은살이 생길 때, 발이나 발목이 부을 때, 발이 저리거나 찰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김원장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구두굽이 많이 닳았거나 한쪽 부분만 닳았다면 즉시 굽을 갈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굽이 한쪽만 잘 닳으면 닳은 부위 쪽으로 체중이 더 많이 실려 발과 다리에 피로를 급격히 증가시킨다. 아울러 여러 운동으로 발 근육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발가락을 벌린 상 태에서 6초 동안 힘을 주는 발가락 벌리기 운동, 발가락으로 바둑알 집기, 발가락으로 책장 넘기는 운동 등이 기능 강화에 도움을 준다. 그래도 하이힐을 꼭 신어야 한다면 하루에 6시간을 넘기지 않고 일주일에 4~5 회 이하로 신는다. 되도록이면 굽이 낮은 신발과 교대로 신는 게 현명하다. 그것도 어렵다면 중간중간 신발을 벗고 발목운동이나 마사지를 통해 그때 그때 피로를 풀어주는 게 좋다. 하이힐을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발과 허리에 모두 안정적인 신발은 뒷굽 높이가 2~4㎝ 정도 되는 것. 최대 5㎝를 넘지 않는 하이힐이 좋다. 되도록이면 앞굽과 뒷굽 높이 차이가 적으며 밑창이 도톰하고 잘 미끄러지지 않는 것이 좋다. 많이 걸은 후에는 발바닥을 전체적으로 마사지하듯 눌러 준다. 그러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발바닥을 두들겨도 좋고 계단 모서리에 압박해도 효과가 있 다.  집에서 더운물 에 10분, 찬물에 10분씩 번갈아 가며 발을 담그고 있으면 피로회복에 그만이다 . 발을 씻을 때는 물기가 마르기 전에 볶은 소금이나 죽염으로 문질러 주면 발이 청결해진다. 물 담그기가 끝나면 약 10분 동안 발을 높이 올려 놓으면 더 좋다. 김미영기자 ▲ 내발에 맞는 신발고르기 10계명 1. 발 크기가 가장 큰 상태인 저녁때 신발을 고른다. 2. 겨울에 대비, 두꺼운 양말을 신었을 때 죄는 압박감이 없어야 한다. 3. 신발 재료는 가죽이 좋다. 4. 발 안쪽의 아치를 받치도록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야 한다. 5. 신은 뒤 걸어보고 불편한 점이 없어야 한다. 6. 노인은 발의 노화 탓에 쉽게 피로해지므로 쿠션이 좋고 부드러운 구두가 알맞다. 7. 구두코가 뾰족해서 발가락이 겹쳐지지 않아야 한다. 8. 평발 때문에 발목이 휘어지는 사람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이 좋다. 9. 유아용 신발은 신발바닥이 부드러워야 한다. 아이가 기어다닐 때 신발바닥이 구부러지지 않으면 발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아가 나중에 안장걸음이나 팔자걸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0. 신발이 발보다 약 1.5~2㎝ 정도 큰 것이 좋다. 신발이 너무 크면 엄지발가락 위가 헐고, 굳은 살과 티눈이 생기는 등 발가락 변형의 원인이 된다. 특히 발의 볼이 넓은 사람은 여유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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