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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직장인밴드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27일 오후 6시30분, 정기 연습일에 맞춰 김민수(왼쪽·기타 및 보컬), 허민(가운데 뒤·드럼), 김민욱(오른쪽·기타)씨가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를 연주하고 있다.

 

 월화수목금월화수목금월화수목금…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하루, 외부로부터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에너지로 바꾸고 싶다. 스틱 2개 달랑 들고 드럼 의자에 앉아 내 맘대로 만드는 리듬에 몸을 맡긴다. 전기기타 소리에 맞춰 록음악 한 곡 땡기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 따위는 어느 순간 현재를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삶의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자가 드럼과 전기기타를 찾는다. 지금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일탈'을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검색창에 '울산 직장인 밴드(cafe.daum.net/ulsan-band)'를 입력하라. 삶의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27일 오후 6시30분. 울산시 남구 달동 1388-2번지 지하1층. 한 두 사람밖에 없었던 이 공간이 각자의 일터에서 오는 회원들로 조금씩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합주실 3곳, 강습실 1곳.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전기기타와 드럼, 앰프 등 있을 건 다 있는 꽉 찬 공간이다.


 이곳의 지킴이는 김민수(37)씨. 직장인 밴드의 회장이자 리드기타와 보컬(노래)을 맡고 있다. 올해 2월 동생 민욱(34·기타담당)씨와 함께 순수 아마추어 밴드로 구성된 '직장인 밴드 연합'을 만들었다. 이들 형제의 직업은 실내 인테리어(마루바닥재) 설치 사업가다. 울산에서 거주한 지 6년째인 형제는 라이브카페가 활성화 된 부산으로 오가며 소공연을 펼쳤다. 특히 동생 민욱씨는 오랫동안 '셔플'이라는 밴드를 이끌며 부산지역 라이브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어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인테리어 설치사업가 김민수씨
   회장이자 리드기타·보컬 전담
   김민욱·허민·조윤제씨 선생님 자처


 "민욱이랑 함께 부산에서 밴드활동을 하면서 울산에도 '직장인 밴드 연합'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죠. 서울이나 부산 같은 경우에는 직장인 밴드가 활성화하고 있거든요. 공연도 자주하고. 그런데 울산의 밴드들은 '개인 합주실' 같이 각자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서 아쉬웠어요. 연합체로 운영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기공연도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올해 2월 직장인 밴드를 만들고, 수시로 아마추어 밴드들의 가입을 받고 있습니다."
 형제의 2%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두 사람이 더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허민(29·드럼담당)씨와 악기점 직원 조윤제(38·기타담당)씨다. 네 사람은 현재 직장인 밴드 회원들에게 전기기타와 베이스기타, 드럼을 가르치는 선생님 격이다.


 노래는 부르고 싶지만 전기기타, 드럼은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김민수 대표는 "음악, 특히 밴드음악에 관심이 있는 성인 및 직장인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가입된 소규모 밴드는 2개. 일주일에 한번 오후 8시에 밴드별 정기 합주를 가진다. 활동회원 수는 50여명.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한번 강습을 받는다. 강습은 전기기타 2반, 베이스기타 1반, 드럼 1반으로 요일별로 이뤄지며, 밴드 연습은 퇴근시간 이후면 언제든 가능하다.
 "울산직장인밴드연합의 가장 큰 장점은 월 회비 3만원에 퇴근시간 이후면 자유롭게 찾아와 노래와 기타, 드럼 수업도 듣고 연습도 할 수 있지요. 친목도 쌓고, 밴드 활동으로 스트레스도 풀면서 악기도 배우고… 더 없이 좋은 기회 아니겠어요?"

 

   月회비 3만원…활동 회원수 50여명
   친목 쌓고 악기 배우며 스트레스 풀어
   10~11월경 자체공연 펼칠 예정


 최근 이들은 1970년대 영국 하드록의 전설 'Deep Purple(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을 연습 중이다. 전기기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꼭 한번쯤은 이 곡을 연주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귀를 울리는 전기기타 특유의 소리에 가슴까지 뻥 뚫릴 것만 같은 드럼소리, 힘이 넘치는 노래까지 함께 들으면 어느새 몸이 절로 움직여진다. 나도 모르게 딥 퍼플 못지않은 유명 록 가수가 된다.
 직장인밴드의 앞으로의 계획은 밴드 내 소속된 소규모밴드가 3~4개 정도 생기면 오는 10월이나 11월 즈음에 '직장인밴드'의 이름을 걸고 자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울산이 아마추어들이 활동할 만한 라이브 카페 및 공연 여건이 다른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고 말한다.


 "울산이 사실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활약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밴드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보가 부족해서 그저 관심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앞으로 울산에도 전반적인 공연문화가 활성화 돼 시민들이 문화를 즐기는 데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저녁,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털어버리고 음악과 함께 언제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울산직장인밴드. 이들에게 음악은 삶의 에너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글=윤수은기자 usyse@ 사진=김정훈기자 idac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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