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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대숲에 모여있는 백로 무리들.

 

 올해도 어김없이 태화강 십리대숲에 백로들이 찾아들었다. 암·수 1,500~2,000쌍이 둥지를 틀었고 막 포란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십리대숲은 명실상부 도심 속 최대의 백로 서식지다. 올해의 경우에도 번식을 마치면 개체수는 최대 5,000여마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십리대숲 백로서식지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7종의 백로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백로서식지를 까마귀 월동지, 바지락 종패 공급지와 함께 생물자원 3보(寶)로 선정해 보존대책을 세우고 있다.

 

   도심속 전국 최대 규모 서식지


 울산 태화강 삼호대숲이 국내 최대의 백로 서식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녹색에너지촉진포럼 환경지기단이 펴낸 '2차 태화강 생태지도'에 따르면 태화강 삼호대숲에는 매년 6월경 평균 3,000여 마리의 백로가 날아들어 연중 가장 붐비다 8, 9월에는 1000∼1500마리로 줄어들며 다음 해 1월경에는 모두 떠난다.
 녹색에너지촉진포럼이 조사한 결과 삼호대숲에 둥지를 틀고 있는 백로는 국내에 서식하는 7종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경기 여주군 신접리, 전남 무안군 용월리, 강원 양양군 포매리와 횡성군 압곡리, 경남 통영시 도선리 등의 백로 서식지가 있지만 7종류 모두가 서식하는 곳은 삼호대숲이 유일하다.


 태화강에 서식하는 백로 중에는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발가락이 노란 쇠백로가 36.8%로 가장 많고 황갈색의 작고 통통한 황로(35.8%), 몸이 날씬하고 목이 긴 중대백로(14.1%)가 그 다음으로 많다. 이어 중백로(7.7%), 왜가리(3.8%), 해오라기와 흰날개해오라기(1.9%) 등의 순이다. 녹색에너지촉진포럼은 삼호대숲에 백로가 집단 서식하는 것은 태화강의 수질이 맑아지면서 먹이인 물고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울산시가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울산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 의뢰한 백로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이번의 녹색에너지촉진포럼 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백로가 500마리 이하로 줄어드는 10월경부터는 백로 서식지 맞은편의 태화대숲에 까마귀류가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해 1월에 3만여 마리가 몰려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에너지촉진포럼 황인석 사무국장은 "삼호대숲은 한국에서 발견된 7종의 백로를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도시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철저한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삼호대숲 옆의 무거동 신삼호교∼와와 삼거리 300여 m 구간을 '백로길'로 정해 차량 통행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하는 등 백로 서식지 보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1995년 태화강사업이후 찾아오기 시작


  태화강 십리대숲에 백로가 다시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15년 전 쯤으로 추정된다.
 태화강은 지난 1964년 울산공업단지가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오염이 심화되다가 지난 1997년 울산시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 광역시로 승격되기까지 30여 년간 썩은 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태화강이 다시 생명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시가 지난 1995년부터 태화강 살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부터다. 태화강은 공장폐수 못지않게 생활 오폐수 오염도 심각했다. 시는 하수관을 설치하고 하수처리장을 만들어 더 이상 생활하수가 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했다. 강바닥에 쌓인 오니를 제거하고 강 하류에 대나무 숲을 정비했다. 기업과 시민단체는 강변 및 수중 정화에 동참했다. 그 결과 2000년 방사한 연어가 2003년 고향으로 돌아와 태화강의 부활을 알렸다. 대숲에는 백로가 다시 집단 서식하기 시작했고 해질 무렵 유유히 헤엄치는 수달도 목격됐다.


 또 지난 5월에 문을 연 태화강 대공원에는 너구리 암·수 한쌍과 새끼 6마리 등 대가족이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너구리 가족은 2~3년 전부터 태화강 일대에 서식하다 올해 새끼를 낳은 것으로 추정된다.
 태화강에는 연어와 함께 잉어, 황어, 누치 등이 떼를 지어 서식하고 있는 등 점차 건강한 생태계를 되찾아 가고 있다.
 특히 백로는 종류별로 먹이를 모두 달리하고 있어 7종의 백로가 한 장소에 집단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줄만큼 주변의 생태계가 다양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요즘 태화강 한 가운데 비오토프(Biotope, 도심에 존재하는 인공적인 생물 서식 공간)나 모래톱에는 수 십마리씩의 백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낮시간 먹이활동을 하다 해가 지면 일제히 대숲으로 돌아가 잠을 잔다.

 

   수질개선 건강한 생태계 태화강 입증


 백로서식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벌이고 있는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는 "십리대숲 백로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십리대숲 백로서식지의 경우 연 5,000여마리가 매년 찾고 있어 도심 속 서식지 중에서는 국내에서 최대 규모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높다.
 지속적인 정비사업의 결과로 태화강의 수질이 맑아진 덕분에 백로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의 종류와 숫자가 다양해지고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매년 이곳을 찾는 백로의 숫자는 증가추세에 있는데 십리대숲이 사람들의 출입으로 부터 철저히 격리된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식지 인근에 태화강 대공원이 조성되면서 백로들의 서식 환경이 침해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기섭 박사는 "백로 서식지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며 "대공원 조성으로 시민들의 동선과 백로 서식지 간 간격이 한층 좁아졌기 때문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십리대숲에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백로들은 의외로 먹이 활동 반경이 넓다.
 최대 30km를 활동반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울산시 전체가 백로들의 반경 내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울산시 전체의 생태계 보존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단 백로 서식지의 보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울산시 전체의 생태계 보존 노력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다.
 이 박사는 "백로 서식지가 에코폴리스를 지향하는 울산시의 정책을 진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민과 백로가 공존하는 방향을 꾸준히 추구한다면 울산은 생태도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지혁기자 usji@ 울산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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