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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7월말, 8월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휴가기간이다. 휴가가 다가오기 전부터 사람들은 "올해는 어디를 갈까?"하며 고민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을 잠시 벗어나 익숙지 않은 곳에서의 낯섦과 설렘을 느낀다.

 여행에 대한 즐거움만 가득 안고 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으로 가면 집에서는 보지 못했던 손바닥 만 한 모기와 풀벌레들에게 원치 않은 헌혈을 하고 참을 수 없는 가려움으로 피부가 울긋불긋 달아오른다. 바다로 가면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정신없이 뛰놀다 다음날 아침, 두 팔과 등, 어깨부분이 햇볕에 불그스름하게 타 따끔따끔 거리며 허물이 벗겨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산과 바다로 가겠다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나와 우리가족이 가는 도로마다 차들이 죽 늘어서 거북이운행을 한다. 휴가가 아니라 직장생활보다 더 힘든 일상의 한 부분을 사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온 날, 그 동안의 여정을 정리하는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선풍기·에어컨 틀어놓고 대(大)자로 드러눕기

방콕생활의 기본은 바로 집안 온도를 에어컨과 선풍기로 낮춘 다음, 돗자리를 바닥에 깔고 대(大)자로 누워 바닥과 실내 공기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것이다. 세상을 다 안을 듯한 기세로 두 팔 두 다리를 쭉 뻗고 누워 있으면 한여름 무더위에 쌓인 피로는 어느 새 싹 사라진다.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방바닥 구석구석을 온 몸으로 체험해보고 싶다면 누운 상태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뒹굴뒹굴 굴리면 된다.

 다만 선풍기와 에어컨을 장시간 틀어놓는 건 자제해야 할 것이다. 더위에 시달린 몸을 식히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온 몸이 으슬으슬해지면서 콧물과 기침이 엄습해오기 마련이다. 드러눕기 전에 선풍기 또는 에어컨 타이머 설정은 필수다.
 
냉장고에서 하나 둘 씩 꺼내먹는 수박과 팥빙수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해 놓은 수박을 꺼내 먹는 것은 식사 후 기다려지는 여름철 대표간식이다. 수박이 싫다면 자두나 복숭아 등 어떤 과일도 괜찮다. 제철과일을 한 입 두 입 베어 먹으며 혀끝으로 달달함을 느낀다. 팥빙수도 여름철 간식으로는 최고다. 빙수기에 갈린 얼음 위에 설탕에 조린 팥, 연유와 후르츠칵테일, 찰떡, 젤리 등을 넣고 숟가락으로 비벼서 한 입 먹으면 연유에 베어든 얼음과 팥 그리고 과일들의 맛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여름 때마다 제과점에 또는 패스트푸드점에 주 메뉴로 등장하는 팥빙수는 질리지 않은 제철별미 중의 하나다.

 땡별 한여름에 제과점이나 패스트푸드점으로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방콕인들은 별미 역시 집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빙과류를 반값에 할인하는 행사를 실시하는데, 이때 자신이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다 놓고 하나둘씩 꺼내먹는 것이다. '팥빙수' 아이스크림 역시 과일은 없지만 우유를 넣어먹으면 제과점에서 사 먹는 팥빙수 못지않다. 팥빙수는 이름 그대로 팥과 얼음, 우유가 들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 한 것이니까 말이다.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만화책 DVD 감상과 소통

방콕에서도 얼마든지 문화 활동이 가능하다.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야 말로 방콕인들이 세상의 소통하는 대표적인 창구다. 물론 집 가까이에 있는 만화방에 가서 그 동안 미뤄뒀던 만화책과 DVD를 잔뜩 빌려 쌓아두고 보는 재미역시 쏠쏠하겠지만 그보다야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요금을 결제하고 내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아 보는 것이 일상이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 보다 화면이나 음향 면에서 조금은 실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자세로 요리조리 볼 수 있으니 1인 만화방, 영화관이 따로 없다.
 컴퓨터의 장점은 바로 '동시작업'이다. 하나의 창에는 곰플레이어 프로그램을, 또 하나의 창에는 다운받은 만화책을, 또 하나의 창에는 평소 관리하기 못했던 미니홈피나 블로그, 또는 트위터를 열어놓는다. 일촌이나 이웃들에게 간단한 안부 방명록을 남기거나, 나의 방콕생활을 증명하는 사진을 올린다. 방콕인이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채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은 이미 옛 것이 된지 오래다.   

시원한 물에 온몸 적시기

선풍기도 에어컨도 장시간 틀어놓은 탓에 더운 바람이 나오고, 제철과일과 아이스크림도 더위를 달래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화장실에 들어가 찬물 한 바가지를 덮어 쓰는 것이 낫다. 낮 최고 기온 30도를 넘는 더위에 습도도 높아 온 몸이 풀을 잔뜩 바른 것처럼 진득하게 달라붙을 때는 다른 사람이 내 곁에 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차가운 물을 등에 들이붓는 등목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심장 한 가운데서부터 전기라도 맞은 듯 온 몸에 퍼져가는 짜릿함을 느끼며 더위를 한 방에 날려 보자.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다

방콕생활은 여행과는 달리 준비물이 그닥 필요가 없다. 가끔씩 간식거리를 사 먹을 용돈 조금, 무더위를 이길 몸 하나만 있으면 된다. 방콕에서 보내는 휴가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사회생활 속에서 단조로움을 체험하는 또 다른 일상의 단면이다. 2010년 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한다. 날씨에, 업무에, 사람에 방전된 삶의 에너지를 방콕에서의 휴가로 다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때로는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글=윤수은기자 usyse@ 사진=김정훈기자 idac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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