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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보건소 김병훈 의원관리 담당이 모 노인요양병원을 찾아 의료기관 시설기준의 적합 여부와 유효기간경과 의약품 보관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

중구보건소 김병훈 의원관리 담당은 이날 오후 2시 의료기관 지도점검표를 챙겨들고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한 노인요양병원을 찾았다.
 의료법에 따라 김 담당이 점검할 수 있는 내역은 대략 15가지.
 그러나 막상 현장 점검활동에서는 의료기관 시설기준의 적합 여부나 유효기간경과 의약품 보관 여부 등 간단한 사항을 점검할 수 있을 뿐이다. 허가사항 변경신고 이행 여부나 불법의료행위 여부, 감염성폐기물 및 세탁물 적법처리 여부 등도 점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사가 전문성을 요구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중구 지역 220여개 병·의원을 공무원 한명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간호인력 배치 현황과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의약품의 유효기간 등을 꼼꼼히 살펴 본 김 담당은 "지적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담당의 이날 점검 결과는 엄격하게 의료법의 잣대에 국한된 사항일 뿐이다.
 실제로 80병상을 보유한 이 병원은 75명의 노인 환자들이 입원 중인데 병상은 턱없이 비좁고 불편해 보였다. 노인 6명이 입원 중인 한 입원실은 침대 6개가 50㎝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마치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환자들은 당연히 불편함을 느낄테고, 보호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따로 없다. 의료법을 기준으로 병원이 최소한 확보해야 할 법적 의무 공간은 환자 1인당 4.3㎡(침대 1개 정도의 공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입원실 안에 구비된 비상탈출 설비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실제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창틀 위에 설치돼 있고, 복도는 휠체어 2대가 통행하기에 턱없이 좁아보였지만 이마저도 의료법과 건축법에는 모두 적법한 기준이라고 한다.
 김 담당관은 "요양병원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지만 노인들이 장기 입원하는 특성을 감안해 별도의 관리 방침이 세워져야 한다"며 "현재의 정기점검 만으로는 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는 정도의 경각심을 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요양병원은 의료법과 건축법의 기준에만 적합하면 누구나 허가를 얻어 운영할 수 있다. 이런 느슨한 법 규정에 따라 요양병원 설립자들은 애초부터 병원용도로 설계된 건물이 아닌 도심 외곽의 빈 건물, 사무용 건물을 활용해 병원 허가를 받고, 부실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민감할 수 있는 환자의 인권침해 여부는 의료법에 기준이 없기 때문에 1년에 한번 돌아올까 말까한 정기 점검에서나 점검할 수 있다. 당연히 실태 파악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요양병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부산시는 지난 4월 103곳의 병원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실시해 규정을 위반한 24곳을 적발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을 포함, 1,150여 곳의 의료기관을 단 6명이 관리해야 하는 울산의 경우 형식적인 정기점검 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지혁기자 us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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