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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과 이해당사자간 대립으로 난항을 겪어온 서부중학교 설립 사업이 결국 법정다툼 위기에 놓였다. 울산에서 가장 낙후된 서부권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울산서부권 교육여건개선 프로젝트'가 1단계인 서부중 설립부터 진통을 거듭, 후속 사업이 줄줄이 차질위기에 놓이고 주민 숙원인 일반계고 신설까지 교착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하주화기자 usjh@

# 서부中 설립, 법적다툼 예고
울산시교육청은 KTX 역세권 등 효과로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언양지역에 '서부중'을 신설키로 하고, 오는 10월 착공해 2011년 9월 개교 예정이다.
 당초에는 학생수가 줄고 있는데다 각각 삼남면 미래정보고, 상북면 경의고 등 고교와 건물까지 나눠쓰고 있는 신언중과 상북중을 이곳으로 통폐합해 재정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립인 상북중 동창회, 주민 등이 거세게 반발, 공립 신언중학교의 단독이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시교육청은 앞서 교과부로부터 172억원을 교부받아 총 공사비 270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상북중 동창회는 학교를 통폐합하지 않더라도 인근에 신설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결국 40여년전 면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세운 시골학교를 단순한 경쟁논리로 몰락시키는 길이나 마찬가지라며 공사중지가처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당초 상북중까지 통합하다는 전제로 예산을 받은 후, 신언중 단독 이전으로 전환하고도 예산의 용도를 변경하지 않은 만큼 착공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 언양지역 일반고 설립도 차질
서부권 사업의 계획단계였던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양측의 입장차이로 인해 후속사업들이 줄줄이 차질위기에 놓였다.
 시교육청은 신언중이 빠져나가면 넓어진 미래정보고에 언양읍 자연과학고를 통합한 후 농·상계열복합학교인 (가칭)'언양특성화고'로 전환하고, 비워지는 자연과학고에는 일반고인 (가칭)언양고를 신설한다는 복안이었다. 서부권에는 일반고가 경의고 한곳 밖에 없어 매년 150~200명의 학생들이 남구로 원거리 통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북중 총동창회장인 김성득 울산대 교수는 "시교육청은 일반고를 설립한다는 명분으로 무리한 서부중 신설을 강행하고 있다. 고교 신설에 대한 접근방식을 전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부권은 고교를 설립 외에도 더부살이 중학교 분리, 노후된 환경개선 등 종합처방이 불가피한 상황"고 설명했다.

# 일방적 수용계획·주민이기주의
상북중을 둘러싼 마찰은 시교육청이 학교 신설 사업에서 난맥상을 보이면서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여기에 주민들의 이기주의가 뒤섞이면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청은 당초 상북중의 내부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폐합을 전제로 사업을 장담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 특히 인근에는 삼남중, 언양중 등 중학교가 2곳이나 더 있어 분리수용 여지가 남아있는데다, 삼남중도 갈수록 학생수가 줄고있는 상황에서 '신설의 당위성'을 따져묻는 주민들에게 논리적 모순이라는 빌미를 제공했다. 여기다 서부중에서 680m거리에는 (가칭)천전중 부지를 시설결정해 놓고도 활용하지 않고 있어, 이를 이전부지로 합의하겠다는 주민들과 소모적인 마찰을 지속하고 있다.
 주민들의 소(小)이기주의도 파열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북면 주민들과 동창회는 근본적으로는 '상북면을 벗어난' 이전을 반대해 왔다. 이는 '내가 나온학교', '우리동네 학교'를 수호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지난해 북구 신천초로의 통폐합이 백지화된 약수초 역시 같은 사례다. 이 학교도 결국 일반계고 설립이 무산됐다.
 지역교육계 관계자는 "시대적 변화에 맞춘 학생 수용여건을 위해서는 교육청의 면밀한 사전 계획과 좀 더 넓은 개념의 교육환경 개선에 동참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사고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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