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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섯 명의 대원을 처참하게 처형하도록 한 도기웅은 대원들의 처연한 생각과는 너무도 엉뚱한 생각으로 얇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라우! 네가 언제까지 이 도기웅을 외면할건가? 아니라면 직접 네년의 가슴에다 이 도기웅이 쏘는 총알 맛을 보여 주고 말 것이다. 에이 고집 센 계집! 그래도 황천에 가있는 최주만에 빠져 있을 건가. 어디 어디 해보자구!"

 3소대장! 3소대장! 수화기를 들고 먹이를 찾아 으르렁대는 호랑이처럼 핏발을 세우며 3소대장에게 문호자를 즉시 달려오도록 하라고 꽥꽥거리는 것이었다.
 문호자가 나타날 리 없었다.
 곧 죽을상이 된 3소대장이 달려와 전하는 보고는 도기웅을 까북넘어가게 만드는 것이었다.

 "지단장 동무! 문호자 동무가 보이지 않습니다."
 "뭐이야? 뭐이야? 보이지 않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 간나새끼야!"
 도기웅은 그새 모젤권총을 빼들고 있었다.
 "문호자, 김동식 두 동무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대원들의 말로는 두 동무가 배낭을 메고 초소를 이탈 한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새끼 봐라! 이 새끼 봐라, 지금 이 새끼야 무슨 개뼈다구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빨리 끌고 오지 않으면 너 얼간이 소대장이 대신 뒈질 거야! 시간은 5분! 5분이란 말이야"
 3소대장은 대답조차 할 사이도 없이 뛰어 나갔다.
 "배낭이 없어졌다는 것은….?"
 도기웅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했다.

 선진대원 10명에게 3소대 초소로부터 직선으로 1,000 미터까지 먼저 달려가서 수색을 하고 반드시 생포해 오도록 명령하는 것이었다.
 "아, 아! 이 계집이 정말 탈출해 갔다면?"
 그는 안절부절 서성대기만 했다.
 선진대가 떠나고 나서 30분이 지났어도 문호자의 소식은 보고되지 않았다.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도기웅은 우리 속을 뛰쳐나온 맹수마냥 인육(人肉)이라도 뜯어 먹을 기세였다.
 그 때 제 1초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경이 곤두 선 도기웅은  전화벨이 울리기만 해도 꼭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에서의 통화처럼 다급한 소리로 고함치듯 말했다.
 "뭐이야?"
 "지단장님, 며칠 전에 왔던 선요원이 왔습니다."
 "응, 보내라우."

 지리산 유격대의 선요원이 가져온 통신문은 문호자의 연연해 있던 도기웅의 머릿속을 확 씻어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통신문에는 '신불산지단의 중요성에 비추어 유격대로의 적정규모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격대의 교육은 물론 혁명투쟁에 필요한 무기 등 이를 취급할 수 있는 전문 전투요원을 보강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전선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며칠 내로 대대장급 지휘자와 병력이 각기 분산하여 집결 할 것이며 또한 유격대의 조직을 대폭 확대 개편 할 것이다. 지단장은 이들을 맞을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 그리고 일정기간 지리산 유격대장 남도부(南道富) 중장이 유격대장을 겸임한다'는 것이었다.
 도기웅은 통신문을 읽은 다음 또 다른 생각들로 혼란스러워지는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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