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2년 전 친구 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한 뒤 학교 측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를 받지 못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등 추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교 측은 피해 아동을 통해 이 같은 범죄를 미리 알고서도 별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덮었고 이후 피해 아동의 경찰 신고로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해당 담임 교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게 학부모의 주장이다. 교육당국은 문제가 커지자 부랴부랴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성범죄 피해 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심리치료와 회복에 대한 시스템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 지난 2008년 11월, 울산 모 초등학교 2년에 재학 중인 A양은 우연히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끔찍한 일을 당했다. 친구 아버지인 J씨가 A양을 성추행 한 것. J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킨 뒤 홀로 남은 A양의 몸을 더듬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 했다. 이후 A양의 성추행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학교 측은 대수롭지 않게 이 문제를 넘겼고 이후 지난 2009년 1월, A양의 경찰 신고로 문제가 불거졌다. 경찰 수사 결과 성추행 가해자 J씨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A양의 학부모는 학교 측 관계자들을 만나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를 부탁했지만 올해 4학년으로 진학한 A양의 담임은 최근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성추행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A양의 돌발 행동을 담임 교사가 엄격하게 지도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피해가 더욱 가중되었다는 것이 학부모의 주장이다.
 학부모 B씨는 "지난해 3월 학교측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졸업 때 까지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살피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정작 담임 교사조차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피해 자녀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는 딸의 돌발 행동에 담임 교사는 오히려 타 급우들과 격리 조치를 취하고 엄격하게 꾸짖는 등 문제를 키웠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학교 측의 무성의한 생활 지도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 담당 보육교사가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겨 버린 일은 지금에 와서 아쉬움이 남지만, 피해 아동이 3학년 과정에 잘 적응하는 등 회복하고 있어 굳이 4학년 담임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며 "급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나쁜 기억을 쉽게 잊게하려는 학교측의 배려였다"고 말했다.
 
 # 아동관련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건의 진상 조사나 가해자의 처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나 회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울산은 아동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원스톱센터에서 수사를 지원하고 피해 아동을 상담하는 기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아동 성범죄 만을 전담하는 전문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 성범죄 전문 기관은 현재 전국에서 10곳이 운영되고 있는 '해바라기 아동센터'가 유일한데 가까운 부산이나 대구, 진주 등지에는 설치됐지만 아직 울산에는 도입이 되지 않고 있다.
 부산 해바라기아동센터 관계자는 "아동 성범죄의 경우 피해 아동의 빠른 회복을 위해 사건 유형별로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떤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인지 빨리 판단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같은 판단은 피해 사례를 접하고 연구한 전문 기관의 자문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일선 학교에서 아동 성범죄 관련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산의 경우 일선학교에서 학교장이나 교감, 담임교사나 보건·상담 교사 등 최소의 인원으로 꾸려진 성범죄 전담팀을 별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전담팀은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아동센터나 원스톱센터 등 전문기관과 상담을 거쳐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아동센터 관계자는 "아동 성범죄의 경우 피해 아동이 앞으로 겪을 후유증에 대한 심리치료가 최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일선 학교의 전담팀과 전문기관의 유기적 협조로 피해 아동에 대한 대처방안의 가이드 라인을 정하고 그에 걸맞는 적절한 심리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혁기자 usji@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