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봉철필 이용 전각기법 대신 틀 만들어 주조
인면 결없고 표면 매끄러워…감정하면 판명나
20여명 아버지 제자중 누구도 민씨 기억 못해
 전혀 가르침 받지않았는데 후계자 행세' 분노'


   
▲ 한국 전각계의 거장 석불 정기호 선생의 아들이자 전각 장인인 목불 정민조 선생이 23일 울주군 서생면 '고죽산방'에서 "4대 국새는 조선시대부터 내려 온 전통적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정훈기자 idacoya@ulsanpress.net


금도장 로비사건으로 불거지고 있는 '국새 논란'이 전통방식이 아닌 것은 물론 전각계의 계보까지 속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한국 전각계의 거장 석불 정기호(1899~1989) 선생의 아들이자 전각 장인인 목불 정민조(66) 선생에 의해 제기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조선 전통 방식 아니다

정씨는 지난 2008년 완성된 제4대 국새의 '인면(글자를 새긴 도장의 면)'이 전통적인 전각 방식이 아니라 양각 틀을 만들어 주조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4대 국새제작 단장을 맡았고 현재 국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민홍규 씨는 정기호 선생에게 국새 제작법을 전수 받아 후계자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국새제작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3일 오후 2시 께 울산 울주군 서생면 '고죽산방'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민조 선생은 "국새의 인면이 전통적 '정도법'에 의해 새겨진 전각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 놓은 양각 틀을 주조방식으로 음각화 한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는 조선시대 부터 내려 온 전통적인 국새 제작 방식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선생은 그 근거로 우선 민 씨가 자신의 부친이었던 정기호 선생에게 가르침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점과, 현재 제작된 국새의 인면이 전각 방식으로는 도저히 조각할 수 없을 만큼 표면과 글자체가 매끄럽다는 점을 들었다.
 
# 민홍규씨는 석불 제자 아니다

그는 "민 씨가 중학교 시절부터 6년 간 부친에게 전각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는 28세 때 단 2번 잠시 산방을 찾았을 뿐"이라며 "당시 부친의 가르침을 오랫동안 받아 온 20여명의 제자들은 누구도 민 씨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민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 씨가 당시 전각계의 거장이었던 정기호 선생의 전각 기술을 전혀 이수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국새를 직접 전각할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2007년 새로 제작된 4대 국새(國璽)가 정부가 밝힌 바대로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주조와 같은 현대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08년 1월 30일 중앙청사에서 열린 '제4대 국새 헌정식'에서 공개된 새 국새. 전각장인인 정민조 선생은 이 국새의 매끈한 글씨체는 전각방식으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4대 국새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TV나 인터넷 등으로 살펴본 결과 인면이 전각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신한다"면서 "전각 장인인 내가 볼 때 전각으로 새겨졌다면 표면과 글자체가 그렇게 매끄럽지 못하고 '중봉철필(동장을 새기는 칼)'의 결이 살아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부터 옥새 제작에는 위조를 막고 당대 문화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최고의 전각 장인이 직접 글귀를 새겨 넣어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현재 국새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인면의 전각 여부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새제작단장을 맡은 민홍규 씨가 직접 인면을 조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혁기자 usji@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