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고 부드러운 무학산 능선 품에 안긴 작은 마을. 황금빛 들판을 끼고 고기비늘 같은 태화강 상류가 흐르는 이 곳에 자연을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사연리 사일마을에 자리한 '아름다운 학교'다.

   
▲ 아름다운 학교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이 '허수아비'를 만든 뒤 설치를 위해 들판으로 나가고 있다. 울주군 범서읍 사연리 사일마을에 자리한 '아름다운 학교'는 미술·생태·놀이 등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400여 가지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자연속에서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성적도 경쟁도 없다. 딱딱한 공식을 외워야 하는 숨막히는 교실수업도 없다. 대신 나무, 들꽃, 강이 세상을 채웠다. 때문에 아이들은 더 크고 값진 성장을 얻어간다. 이 곳은 미술, 생태, 놀이 등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400여가지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연생태체험시설로, 교실에 갇혀 수학공식을 외워야하는 정식 학교를 벗어나 자연속에서 꿈을 키우는 곳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학교(공동대표 강동진·성기진)'로 이름 붙여졌다.
 시설은 지난 1999년 문을 열었다. 학교 교육의 한계를 벗어난 대안교육을 꿈꾸던 부부교사 4팀이 봉계마을 시골집을 빌려 자녀들을 데리고 생태교육 활동을 펼쳤고, 이 중 마지막까지 남은 강동진 공동대표 부부가 만든 것이 이 학교다.
 시골 마을에, 그것도 교사가 빠듯한 사비를 털어 단층으로 세운 시설이다보니 보잘 것 없고 체계적인 프로그램도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인성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하자 어느새 도시 학부모들이 찾아들었다. 그래서 아예 학교 뒤 무학산의 한비탈을 임대해 21만여㎡의 체험현장을 확보했다. 또 올해들어서는 노후된 학교 건물도 2층으로 올려 규모도 늘렸다.
 강 교사는 학교의 전문경영을 성기진 공동대표에게 위탁하고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또 미술교사 자격증을 가진 3명의 강사가 아이들의 지도를 맡고 있다. 현재 100여명의 유·초등생들이 주중 방과후나 주말 프로그램, 방학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의 굴레에 갇혀있던 아이들은 자연과 부딪히면서 공간의 섭리에 대해 인식하고 동시에 여기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도 터득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교실에 갇혀 머리로 '완제품'만 익혔던 아이들은 투박하지만 생명력을 가진 자연을 보고 만지고 변화를 체감하면서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간다.
이 곳에서는 산, 강, 들판이 교실이고 미술·조형 활동 자체가 놀이이자 배움이다.
 아이들은 무학산의 잡목으로 소형뗏목을 만들고 직접 강물에 가서 배를 띄워 경주를 한다. 강물의 흐름과 물살의 속도와 물의 깊이의 차이를 직접 체험하고 소용돌이의 원리도 체득하게 된다. 아예 대형 뗏목을 만들어 물속을 관찰할 때는 단조로운 보트를 탈 때와는 달리 기울기에 따라 변화무쌍함을 갖는 자연의 섭리도 배우게된다. 또 통나무를 자르고 바퀴를 달아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미 완성된 고급로봇 장난감을 들여다볼 때는 결코 발휘할 수 없었던 상상력이 동원된다. 산에서는 꺾을 꽃과 꺾지 말아야할 꽃을 구분하고, 솔방울도 가시가 달린 외래종과 육송 등 토종과의 차이점을 알아차리게된다. 또 이를 활용해 화관을 만들어 쓰거나 쥐, 코끼리 등 동물 모양을 만들어내면서 놀이를 즐긴다.
   
▲ 아름다운 학교 성기진 교장이 원두막에서 학생들과 야외 수업을 하고 있다.

 가을 걷이가 끝난 들판에서는 허수아비를 세우거나 그림을 그려넣은 깃발을 꽂아 새롭게 공간을 구성하는 수업이 벌어지는데, 흡사 현대식 설치미술과도 닮았다.
 쉴새없이 자연과 어울림을 갖는 이곳에는 대다수 자녀교육에 있어 정서적 갈증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점차 늘면서 시설 수요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부터 성적 경쟁에 뛰어들어야하는 현실적 고민이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주 이용 학년 층은 낮아지면서 이 곳에는 과제가 남겨졌다. 예전 같으면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오히려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2~3학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강 대표는 "성적위주 학습이 저연령화되고, 자연친화적인 활동을 일회성 이벤트로 인식하는 세태가 늘 안타깝다"며 "창의성 및 인성교육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학교의 대안교육시설 인가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하주화기자 usjh@·사진=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