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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옹벽 붕괴사고가 난 울산외국어고등학교를 찾은 감리단이 사고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속보】= 8일 옹벽 붕괴사고가 난 울산외국어고등학교가 산악지형에도 불구하고 지하수맥 등 지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가 이루어진데다 감리사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울산외고의 경우 당초 총 공사비가 330억원으로 추정됐으나 낙찰가는 256억원의 최저낙찰로 이루어져 부실공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총체적 난맥상 때문에 지난 3월 개교한 이후 더부살이 수업을 하고 있는 울산외고 학생들은 최악의 경우 졸업 때까지 신축교사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산깎아 건립 불구 지하수맥 등 고려없이 마구잡이 설계
수맥차단없이 점토로 옹벽안 채워 물 머금고 팽창 붕괴
330억 공사 256억원에 낙찰…시작부터 부실 시공 예견


# 설계오류에 감리까지 허술
9일 사고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현장 학교부지 지반 밑에 지하수가 흐르는데도 흙을 채우는 보강토 공법으로 시공을 해 물기를 머금은 보강토가 팽창하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이날 사고현장에는 울산시교육청과 감리회사인 (주)동남종합감리건축사를 비롯 시공사인 남영건설(주), 삼영건설(주) 관계자, 산업안전공단 관계자등이 나와 무너져 내린 옹벽과 이 때문에 일부 기둥이 유실된 교사동의 안전문제 등을 집중 점검했다.

 이날 현장에서 감리단의 한 관계자는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하수'를 지목해 주목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사고 현장 지하에 지하수가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물기를 머금은 보강토가 팽창하면서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을 수도 있고, 이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강토 공법을 시공하면서 설계 당시 지반 밑 지하수의 유출을 계산하지 않았다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시공사가 선택한 보강토공법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하수가 있는 경우에는 수맥을 차단하고 물을 완전히 빼고 시공하는 웰포인트 공법이 우선인데도, 단순히 흙만 채우는 보강토 공법을 선택한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마찰각' 등을 고려해 현장의 환경에 가장 적합한 보강토를 사용해야 하지만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엉뚱한 토사를 썼다는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 쓰인 보강토는 공사현장에서 법면을 절개할 때 발생한 점토질의 토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토목공사 업체 한 관계자는 "보강토 공법으로 시공을 했다면 지반의 특성을 잘 파악해 양질의 토사를 보강토로 사용해야 하지만,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면 분명 시공상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라며 "보강토를 잘못 사용했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저가 낙찰 이익챙기려 부실 의혹
이 같은 부실설계와 부실시공은 부지의 경사가 심하고 협소한 산악지형데다 공사차량 진출입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시공사가 추정 공사비인 330여억원의 77% 수준인 256억원에 최저가로 공사를 낙찰 받았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산악 지형에서 반드시 살펴야할 지하수맥을 무시한채 설계하고, 보강토를 부지 조성과정에서 나오는 잔토 등을 활용해 공사비를 아끼려다 대형사고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총제적 부실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관할 울산시교육청은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공사 독촉만 해온 것으로 드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지혁기자 us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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