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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20~30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남구 삼산동이다. 울산 시민들도 가장 번화한 곳을 꼽으라면 으레 '삼산동'을 꼽을 것이다. 평일 오후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데다 주말이 되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신흥 상권이던 삼산동은 울산의 전통적인 구도심 패션상권인 중구 성남동 상권을 밀어내고 대표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짧은 역사 속에서 빠르게 변화를 겪은 삼산동은 울산이 산업도시에서 소비도시로 변화하는 맥을 같이한다.
 이제 그 삼산동이 디자인과 문화의 옷을 입었다. 지난해 남구청이 시범거리로 조성한 '디자인거리'는 인공 시내에서 흐르는 물, 백일홍, 철쭉 등의 화초와 나무, 사이사이 설치된 벤치로 사람 중심의 친환경 거리가 됐다.

 
# 백화점 힘입어 울산대표 상권 자리
울산은 중구 성남동 상권과 남쪽에 자리 잡은 신흥 상권인 삼산동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성남동은 지난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전통시장인 중앙시장과 가두상권이 함께 발달한 울산의 대표 상권으로 명성이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협소한 주차 공간, 40여년 이상의 노후한 시설물 등으로 1998년 이후 삼산동으로 중심상권이 옮겨 갔다.
 남구 삼산동은 백화점 덕분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부닥친 울산의 주리원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이 들어서고, 2001년 터미널사거리 코너에 롯데백화점, 롯데호텔이 연계된 복합쇼핑문화센터가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급증해 상권이 커져 울산의 신흥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이 나란히 자리잡아 외부 인구의 유입이 잦고 대단위 아파트가 백화점과 인접해 성남동 상권을 가볍게 제칠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 뒤 편에 위치한 '디자인거리'에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던 당시만해도 아무 것도 없었다.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하나 둘 음식점과 주점이 생기면서 상가가 밀집하기 시작했다.
 10여년 전만해도 백화점 주 고객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형 음식점들이 주를 이뤘던 반면 지금은 2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디자인거리'에는 '토박이'라고 말할 만한 상점이 없다. 그나마 10여년 가까이 삼산동에서 장사를 해 온 상인도 업종을 바꿔가며 이 거리를 지켜 한 곳에서 진득하게 장사를 해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소비 트랜드에 맞춰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삼산동 디자인거리의 상가의 생성과 소멸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급격하게 변화해 온 울산의 소비문화의 패턴도 알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중심 상권과 비교해 남구 삼산동의 특이한 점이라면 삼산로 빌딩숲에 몰려 있는 성형외과·피부과·한의원·치과 등 100여 개의 병원들과 길에서 유명 브랜드 의류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병원가는 백화점 셔틀버스를 타고 고객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형성됐고, 현금 회수율이 좋은 병원이 밀집하면서 이곳의 땅값과 임대료도 급등했다.
 또 타 지역은 백화점이 인접해 있더라도 유명 브랜드 의류점을 로드상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 삼산동에서는 백화점 내에 대다수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서인지 지상 로드상권에는 거의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디자인거리에는 브랜드 의류점을 제외한 액세서리나 잡화 보세의류, 귀금속, 화장품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 남구청, 53억 투입 '젊어진 거리'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 뒷길은 번화한 만큼 왕복 2차선 도로에 자동차와 보행 시민들이 뒤엉키고, 인도는 불법광고판, 불법주차 차량들로 점령당했다.
 그러던 현대백화점 뒷길이 지난해 도시디자인 시범사업을 통해 시냇물이 흐르는 도심 속 자연으로 탈바꿈했다.
 남구청은 지난해 7월부터 현대백화점 뒤 길이 416m, 폭 15m 구간에 대한 도시디자인 시범거리 조성에 나서 5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고, 지난 2월 준공했다.
 이 사업을 통해 어지럽게 얽혀있던 전선들을 땅 속으로 묻는 지중화(地中化) 작업과 2차선 차도를 일방통행으로 줄이는 작업을 통해 인도 폭을 대폭 늘려 자동차 위주의 거리를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들었다.
 칙칙한 아스팔트를 걷어낸 자리에는 화강석으로 차도와 인도를 포장하고, 상가의 간판도, 상가 건물의 벽 색깔도 거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바꿨다.
 불법 주정차와 쓰레기 불법 투기 등을 감시하기 위한 포도대장복장을 한 전담관리 요원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3개월 전부터 디자인거리에서는 토요일이면 현대백화점과 울산 MBC가 주관하는 '토요 거리음악회'가 열려 문화의 거리로도 거듭나고 있다.
 거리가 변하다보니 '디자인거리'에 위치한 상가의 업종도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변했다.

 
# 지속 성장위한 문화적 혜택 늘려야
울산에서는 '삼산불패'라는 말이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음식점이 북구 명촌동으로 이동하는 등 상권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보행 위주의 디자인 거리가 조성되면서 주위의 교통소통 부분은 해결되지 않아 차량 소통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공영주차장은 있지만 입·출구가 한 곳이다보니 주말이면 이 일대가 마비되고, 주차공간이 유동인구에 비해 협소해 골목골목마다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디자인거리는 시민들에게 머물고 싶고 즐기고 싶은 공간을 마련해 문화적 혜택을 주겠다는 애초의 목적처럼 문화의 옷을 입을 차례다.
 

전상준 삼산 디자인거리 상가번영회 회장.
  "젊은이 취향 낭만의 거리 변모 흡족"

유행 민감한 20~30대 젊은층 주 고객
빠른 상권변화로 터줏대감 상인 없어
교통소통·주차공간 해결해야할 숙제
거리공연·행위예술등 문화 더해져야

 "젊은 사람들이 낭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같은 장사를 해온 '터줏대감' 상인이 없는 삼산동 디자인거리지만 '터줏대감 격'인 사람이 있다.
 삼산디자인거리상가번영회 회장 전상준(57)씨가 그 주인공이다.
 전씨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장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며 삼산동 상권이 조성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7여년째 이 곳을 지켰다.
 "삼산동에서 1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지요.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그동안 유행에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상점을 숱하게 봤습니다"
 디자인 거리 조성과 관련 일대 상인들의 반대가 없었냐고 묻자 그는 디자인 거리 상인들이 디자인거리 조성 공사 중에 발생하는 손해보다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젊은이들이 낭만을 키워나가는 모습과 깨끗한 상권 조성이라는 의미에 뜻이 모여 순조롭게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 경기, 포항, 대구 등의 거리에 비해 울산의 디자인거리의 간판이 다양한 형태로 특색있는 모습으로 정비된 것이 흡족하다고 말했다.
 "디자인거리가 조성되고 나니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고 자연스레 업종도 거리 환경에 맞춰 변화를 하더군요. 중년층이 줄고 20~30대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는 상권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삼산디자인거리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간은 잘 되어 있지만 이 거리 주변으로는 도로정비나 교통소통에 관련한 정비가 부족하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이 곳을 채울 문화 콘텐츠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멋진 공간에 1인 행위예술가 등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거리를 채운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그는 '디자인거리'가 단순히 상가가 밀집한 거리도, 남구청의 거리도 아닌 '울산의 거리'라고 강조한다.
 "삼산디자인거리가 울산을 대표하는 중심상권인 만큼 시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문화콘텐츠를 채워나가 줬으면 합니다. 삼산디자인거리는 서울 명동이나 부산 광복동이 될 수 없는 업종상의 한계는 있지만 문화가 더해진다면 나름의 색을 가지고 울산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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