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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각 구·군에서 민간개발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중구 북정동·복산동 일대 전경. 유은경기자 usyek@

(중)비리 모태 추진위 운영비

울산 주택재개발 사업이 총체적 난항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건설 경기 침체에 있다. 민간 주도 방식으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시행사인 정비업체의 개입이 불가피한데,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시행사들도 선뜻 사업을 추진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지원해 온 울산지역 정비업체들이 최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비업체가 추진위 운영자금 지원방식 한계 노출
서울·부산등서도 부당거래·뇌물 등 비리 수두룩
투명성·공공성 확보 공감하지만 자금능력이 문제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정이 영세한 정비업체가 추진위원회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지금의 주택재개발 사업 방식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미 서울이나 부산 등지의 주택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추진위 운영자금을 둘러싼 비리 사건이 비일비재했다.
 최근 울산 중구에서 발생한 추진위원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도 정비업체의 운영자금이 얽히면서 불거졌다. 

 영세한 정비업체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 추진위원장이 개입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중구 B-04 구역의 경우 지난 2008년에도 OS요원(건설사 홍보요원)을 동원하면서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아 말썽을 빚었다.
 당시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OS 직원을 고용했는데, 성원 부족으로 창립총회는 열리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경비는 크게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고용에 따른 인건비, 창립총회 비용 등이다.

 04구역 추진위원회와 계약을 맺고 있는 울산도시정비사업단의 경우 지금까지 약 1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주민 동원을 위해 대규모 경품을 지급하는데 총회를 한 번 개최할 때마다 1~2억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추진위 측은 이같은 운영자금을 정비업체에 차입하면서 아파트 분양대행권 지급 약속 등 부당한 계약이 이뤄지거나 정비업체가 추진위 간부들에게 고액의 뇌물을 건네면서 주택재개발사업 비리의 시발점으로 작용한다.

 아직 정비구역이 지정되지 않은채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중구와 남구의 일부 구역에서도 정비업체와 운영자금 차입금 반환 문제로 내홍을 앓고 있다.
 이처럼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력을 정비업체에 의존하는 지금의 사업 추진 방식은 사업 자체의 주민 자생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구 04 구역의 경우 일부 추진위원들은 오는 15일 추진위원회를 통해 정비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계약이 해지될 경우 지금까지 지원된 운영자금은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중구청은 주택재개발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감정원'을 의무 정비업체로 지정할 것을 유도했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중구 B-03, 04, 05 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한 한국감정원 울산지사의 한 관계자는 "03과 05구역의 경우 중구청의 적극적인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진위 입장에서 본다면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다른 정비업체에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혁기자 us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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